▶ 일본선박과 충돌한 미 핵잠함 웨들함장 기로에
미해군의 핵잠수함 USS 그린빌호와 일본선박의 충돌사건으로 미해군이 발칵 뒤집힌 가운데, 이 사건의 진상을 둘러싼 소문이 무성하다.
충돌사고 당시 그린빌호에는 ‘저명인사 방문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16명의 민간인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번 충돌사고를 계기로 미해군의 ‘저명인사 방문단’ 프로그램과 그린빌호의 함장 스캇 웨들 제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사고가 민간인 탑승으로 인한 작전중 기강해이와 밀접히 관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명인사 방문단’ 프로그램은 미해군이 소위 신해군의 기치하에 유명 민간인들을 작전에 참관시킴으로써, 사회에 대한 해군의 이해도를 제고하고 나아가서 의회에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취지에서 비롯되었다.
스캇 웨들 함장은 새로운 해군의 이미지를 알리는데 앞장서 온 대표적 인물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때, 신해군의 총아로 불리기도 했던 스캇 웨들 함장의 군경력이 종말을 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스캇 웨들은 애나폴리스 소재 해군사관학교 81학번으로서, 미공군 전투기 조종사 출신인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조종사의 자질을 많이 갖추고 있었다. 따라서, 주변에서는 웨들이 전투편대가 아닌 잠수함 함장으로 배속됐을 때 놀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스캇 웨들은 해군사관학교 시절 풋볼팀의 응원단장을 했을 정도로 쇼맨십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웨들의 쇼맨십은 군경력에서도 빛을 발휘하여 그의 출세가도의 밑걸음이 되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는 자신의 쇼맨십에 발목을 잡힌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웨들은 처음부터 ‘저명인사 방문단’ 프로그램의 열렬한 후원자였다.
그는 지난 2월 9일, 16명의 민간인들을 그린빌호에 탑승시킨채 진주만을 출발하여 1일항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항해는 오전 8시에 시작되어 오후 3시에 끝날 예정이었다.
항해도중 그린빌호는 방문객들을 위해 갖가지 잠수쇼를 보여주었다.
심해잠수와 쾌속항진도 선보였고, 또 바닷물을 정수해 만든 생수를 담은 유리병들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방문객들 접대에 열중한 나머지 그린빌호는 원래의 항해시간을 넘기게 되었다.
방문객들을 위한 쇼타임은 시종 느슨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다.
예를 들어, 핵잠수함이 도달할 수 있는 최저심도는 핵심 군사기밀에 속했으나, 웨들 함장은 다과시간에 방문객들에게 이런 정보를 대수롭지 않은 듯 알려주었다.
심지어, 어떤 방문객은 어뢰발사관 위로 기어 올라가 일회성 페인트로 자신의 이름을 쓰기도 했다. 웨들 함장은 어뢰발사관 특전은 지금까지 케네디 가문중 한 명과 영화 ‘타이태닉’의 제임스 카메룬 감독에게만 허용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웨들은 사고 후 열린 의회청문회에서 핵잠수함에서의 생활은 지루한 일상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웨들은 또, 잠수함 생활의 따분함을 줄이고 승무원들의 기강확보를 목적으로 방문객들이 올때마다 급강하, 급회전 및 급부상 훈련 등을 했다고 밝혔다.
’이머전시 블로우’라고 불리는 급부상 기동은 심해에서 해수면으로 급부상하는 훈련으로서 잠수함 기동훈련의 백미로 불린다. 이 순간, 거대한 잠수함 동체의 3분의 1이 허공에 치솟았다가 엄청난 물보라를 일으키며 해수면으로 떨어지는 장관이 연출된다.
급부상 훈련시 함장은 해수면을 항해하는 선박이나 기타 지형지물이 있는지 철저하게 확인할 책무를 진다.
일단 잠수함이 급부상 상태에 돌입하면 동체를 급정지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웨들 자신은 늦어진 항해일정을 만회하기 위해 기동절차를 서둘렀다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몇몇 승무원들은 함장이 자신들을 재촉했다고 증언했다. 잠수함 갑판장 마이클 코엔 대위는 함장이 5분 이내로 잠수함을 잠망경 가시권 위치로 부상시킬 것을 명령했다고 증언했다.
급부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린빌호의 고성능음향탐지기 담당 승무원들은 멀리서 선박들이 항해하는 기계음 소리를 탐지했다.
특히, 하급승무원 패트릭 시크레스트는 1만 5,000야드 거리의 항해물체를 탐지했다. 그 물체가 바로 35명의 일본 어부와 학생들이 승선한 에이미 마루호였다. 그러나, 패트릭은 다른 음향소음 때문에 동일 선박이 4,000야드로 접근할 때까지 추적에 실패했다. 이에 대해, 패트릭은 상황실에 있던 민간인들의 떠드는 소음 때문에 정신집중을 못했다고 증언했다.
한편, 잠망경으로 해수면을 관찰한 웨들 함장과 갑판장은 가까이 접근한 일본선박을 관찰하지 못한채 급부상 준비완료 판정을 내렸다. 바람이 몰아치고 파도가 하얗게 넘실거리는 해수면에 떠 있는 흰색 선박을 잠망경으로 탐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때쯤 패트릭은 4,000야드의 근접거리에서 또 다시 음향신호를 포착했다. 하지만, 그는 감히 함장과 갑판장의 급부상 준비완료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채 음향거리난에 9,000야드로 기재해 버렸다.
급부상 과정에서 전장 360피트 길이의 그린빌 호는 갑자기 심한 충격으로 요동쳤다.
잠망경의 비디오 스크린에는 파괴된채 침몰중인 어선의 끔찍한 광경이 드러났다. 표류중이던 일본 선원들은 잠수함 승무원들이 사고은폐를 위해 자신들을 사살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시달렸다. 잠수함 승무원들이 쌍안경으로 표류자들을 관찰만 했을뿐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넘실대는 대양의 파도속에서 타원형의 미끈한 잠수함의 동체 위에서 구조작업을 펼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표류선원들에게 구조대가 찾아온 것은 사고가 발생한지 40분이 지난 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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