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국을 함께 극복하자.
서울에는 아직까지 거액 투자금을 쥐고 운영하는 회사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는 회사들이 대다수인 것이 현실이다. 한참 투자가 잘 이뤄졌던 99년과 2000년 초에 ‘열심히 하면 우리도 거액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꿈을 가지고 시작했던 업체들과 또 투자는 받았지만 이미 사업자금으로 모두 써 버린 업체들은 코스닥 시장이 무너지면서 회사 문을 닫거나 제휴 또는 인수, 합병으로 공들인 작업들을 중도 포기하는 케이스가 많아졌다.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합병도 인수도 안된 업체들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미래’를 보고 배고픔도 감수하겠다는 직원들이 있을 경우에만 어렵게 버텨 나가고 있다. 벤처 기업인 S사의 경우 풀타임 직원이 10여명 있는데 이들의 월급은 20만원이라고 한다. 차비와 점심값 정도를 받고 일을 하지만 이들의 눈빛은 예사롭지 않았다. S사의 한 직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조금만 더 참으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의 배고픔은 참을 수 있다"며 용돈 수준의 월급을 받고도 대기업 직원들 못지 않게 열심히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S사는 4월과 5월의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둘 경우 반듯한 회사로 다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 이 회사의 대표인 K사장은 "직원들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회사가 잘 되면 모두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 사이트 중 소위 잘 나갔다는 M사의 경우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해 사이트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인 바 있다. 하지만 컨텐트 관리 요원들과 그밖의 직원들이 ‘용돈만 받고 일하겠다’고 해 근근히 사이트를 유지하고 있다. 접속자가 많고 열독율이 상당한 수준이지만 무료로 컨텐트를 제공하는 이유 때문에 뚜렷한 수익이 없는 M사는 유료 사이트 개설을 목표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직원들이 팔을 걷고 나서자 그동안 사우나 출입이 잦았던 기름 번지르했던 벤처 기업 사장들도 새로운 사업 구상과 대외 이미지 관리 등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공상에 불과했던 사업계획도 수익모델에 맞춰 실질적인 플랜으로 수정 되고 있고 회사안에서 기술개발 및 컨텐트 개발에만 몰두 했던 업체들의 대표들은 부지런히 외부 사람들과의 만남을 시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한국에는 벤처 기업수가 1만업체를 넘어섰다고 한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 축이 벤처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벤처 거품도 가셨고 이제 부터는 진정한 벤처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벤처기업가들은 이제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사업계획으로 대규모 투자를 받겠다는 생각은 없어진 듯 하다. 고생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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