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따스한 시선 감사... 묵묵히 배우의 길 가고파"
이: 이혼한 뒤에
미: 미안할 정도로 떴어요
연: 연가 덕분인가봐요
이혼한 뒤에 더욱 사랑받고 있는 이미연(30)을 보면 우리 사회의 성숙함을 읽을 수 있어 반갑다. 스타들의 개인사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두 가지 중요한 변화가 확인되기 때문이다. 우선 대중들의 관대함. 이혼 등의 스캔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기에 치명적인 악재였다. 심지어 결혼조차도 ‘인기의 무덤’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요즘엔 다르다. 커밍아웃의 홍석천도 대중들은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거짓말하거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각각의 개인사를 존중해주는 흐름이다.
당사자들도 위축되지 않는다. 불행을 만났을지언정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니라는 의욕적인 자세다. 양자 모두에서 성숙해진 사회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 <인디안 썸머>의 아이러니이미연에게 멜로영화 <인디안 썸머>(싸이더스, 노효정 감독)는 남다른 작품이다. 깊은 곳에서 간절한 사랑을 길어올려야 될 촬영 기간 동안 그는 정작 정반대의 고통을 겪었다. 뼈아픈 이별 때문에 실생활에서의 감정은 한없이 가라앉고 있는데, 카메라 앞에선 사랑을 고양시켜야 했다.
이 어려움을 이미연은 ‘배우의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버텼다. 도리어 촬영 현장의 스태프들이 자기 때문에 신경쓸까봐 일부러 배포 큰 모습까지 보였다. <인디안 썸머>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 때문에 <인디안 썸머>엔 이미연이 젊은 날의 끝자락에서 겪은 고통와 방황 등이 아프게, 그리고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인디안 썸머>에서 이미연은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 판결을 받은 죄수다. 항소는커녕 변호마저 극력 꺼리며 "빨리 사형시켜달라"고 한다. 워낙 아픈 삶을 살아 차라리 하루라도 빨리 생을 정리하는 것이 편하겠다고 생각하는 불행한 여자다.
죽음을 앞둔 그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인, 찰나의 사랑을 선사하는 남자는 변호사 역의 박신양이다. 두 사람의 변주에 따라 <인디안 썸머>에선 사형수와 변호사의 허락되지 않은 사랑이 애절하게 그려진다.
’인디안 썸머’는 늦가을에 문득 찾아오는 짧은 여름날이란 뜻으로, 시작과 동시에 끝날 이미연 박신양의 극중 사랑을 암시하고 있다.
⊙ 아직도 젊은 이미연이미연은 요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의 따뜻함에 늘 감사한다. 그러면서도 "이혼한 뒤에 인기가 더 올라갔다"는 말엔 "이혼과 인기가 무슨 상관있겠어요. 그동안 열심히 일한 결과가 공교롭게 이제 찾아온 것이라 생각해요. 열심히 살지 않았다면 진작 일이 끊겼을거예요"라고 대꾸한다.
맞다. 이미연은 결혼 전보다 후에 훨씬 더 배우로 인정받았다. 배우의 길은 어때야된다는 걸 아는듯 그는 열심히 살았다. 카메라 앞에서만 배우가 아니었다. 영화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카메라 밖에서도 영화를 위해 사는 듯했다. 그 결과가 ‘공교롭게도’ 이혼한 뒤에 찾아온 것이다. 그래서 이혼 전보다 이혼 뒤에 더 배우로 인정받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이혼을 주요 코드로 해서 이미연을 읽을 필요는 전혀 없다. 결혼과 이혼을 겪긴 했지만 그는 이제 ‘고작’ 서른 살 문턱에 발을 내디딘 여자다.
김혜수(31)보다 어리고, 이영애와 동갑인 한창 때의 여자이자 배우다.
정경문 기자 moonj@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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