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흥가미한 새 풋볼리그, 시철률 격감 최대위기
세계레슬링연맹(WWF)과 NBC가 손잡고 내놓은 야심작 XFL 풋볼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월, 팬들의 엄청난 성원속에 기록했던 높은 NBC TV시청율이 불과 두달만에 바닥을 쳤기 때문이다.
XFL은 풋볼경기에다 프로레슬링의 속성인 다양한 쇼맨십을 가미함으로써, 풋볼과 여흥을 혼합시킨 일대 모험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경기장을 찾는 팬들은 풋볼경기 그 자체에 일차적 관심이 있을 뿐이지 부차적인 각종 쇼 프로그램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뉴욕시 퀸즈에 사는 십대 동갑내기 애덤 브라운과 케니 소콜은 뉴저지주 이스트 러더포드 소재 자이언츠 구장을 찾았다.
이날 경기는 뉴욕/뉴저지 히트맨과 시카고 인포서스의 XFL 게임이었다. 스태디엄 중앙석에는 이날 경기의 사회자로 초청된 제시 벤추라 미네소타 주지사가 앉아 있었다. 그는 프로레슬러 출신으로서 주지사가 된 사람이다.
브라운과 소콜은 처음부터 경기 외적 요소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홈팀의 터치다운 뒤에 터지는 화려한 불꽂놀이나, 속살이 들여다 보이는 가죽트렌치 코트를 입은 치어걸들의 선정적인 몸짓을 보러 온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풋볼경기를 관전하러 온 것이었다.
XFL이 출범 2달만에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 것은 풋볼 팬들의 기본욕구를 잘못 읽었기 때문이다.
출범당시 XFL의 창설자 빈스 맥마혼은 선수들에게 마이크를 부착시키고, 마치 프로레슬러처럼 선수들이 관중들에게 자신을 소개토록 했다. 또, 치어리더들의 라커룸을 생중계함으로써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도했다.
그는 또, 선수들이 마치 프로레슬러처럼 상대방 선수들을 야유나 폭언을 퍼붓고, 이것이 몸에 부착된 마이크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가감없이 전달되도록 했다. 심지어, 경기후 치어걸들이 선수들과 데이트를 벌이도록 유도하고, TV 인터뷰를 통해 이런 뉴스들을 팬들에게 속속들이 알렸다.
맥마혼의 구상이 처음에는 모두 적중했다.
NBC의 XFL 출범경기 중계는 미국내 TV 시청자가구 기준 9.5%의 시청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매스터즈 골프대회 최총라운드 시청율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초반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XFL 시청율이 곤두박질한 것은 지나친 여흥적 요소들이 부작용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도박의 도시 라스베가스 게임에서는 경기직전 행사로서 팬들을 위한 차량충돌 콘테스트가 벌어졌다. 그런데, 이 때 한 소녀가 따지 않은 맥주캔에 머리를 맞는 사고가 발생했다.
LA 데뷔게임에서는 술취한 관중들 사이에 난동이 벌어졌다. 당시 경기장에 있었던 한 호텔체인의 판매책임자 존 야츠백은 중간에 경기장을 떠나버렸다. 그는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여성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았고, 나 역시 신변에 위험을 느꼈다. 결코 호텔고객들을 이곳에 오도록 추천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불상사가 있은 후, 구장에서는 맥주판매가 금지되었다.
"출범초기에는 팬들이 맥주를 마시며 파티를 즐길 목적으로 XFL 경기장을 찾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그런 우려는 없을 것이다"
XFL의 한 관계자는 말한다.
스포츠 비평가들은 그동안 끊임없이 XFL의 경기스타일을 혹평해 왔다.
어찌보면 NBC의 시청율이 단시간내에 커다란 타격을 입을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WWF 회장 맥마혼 자신은 처음부터 NBC의 중계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며 여유를 보이고 있다. XFL 경기가 2류급 방송네트워크인 UPN과 케이블 채널인 TNN에서도 생중계되기 때문이다.
맥마혼과 더불어 XFL의 공동주주겸 모태역을 담당한 NBC 방송사 역시 그리 다급해 하는 것 같지는 않다.
NBC의 토요일 시청율 자체가 원래 높지 않을 뿐 아니라, 비용면에서도 XFL 생중계가 영화상영 비용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아무리 NBC 시청율이 바닥을 쳤다고 하지만, XFL 중계는 최소한 하키나 축구, 그리고 여자골프의 시청율을 앞지르고 있다. 무엇보다도 XFL은 풋볼자체가 갖는 잠재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ESPN 스포츠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세 이상 미국인들의 70% 이상이 프로풋볼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프로풋볼이 여전히 미국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가장 대중적 스포츠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XFL의 평균입장료는 25달러로서 NHL과 NBA, 그리고 NFL의 절반수준이다.
지금까지 경기당 평균 관중수는 2만 6,000여명이었으며, 전형적인 팬들은 20대후반의 독신남성들이었다. 문제는 가정을 가진 40대 남성팬들이다. XFL의 기존 쇼맨십 스타일에 반기를 든 팬들이 주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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