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널리스트가 일군 혈연보다 진한 사랑
▶ 자원봉사때 만난 9세꼬마 재질 발견 뒷바라지
최근 웨스트 할리웃에 소재한 퀵소티 사운드 스튜디오에서는 장소와는 걸맞지 않는 특별전시회가 열렸다. 이날 소개된 약 34점의 유화를 제작한 화가는 아직 솜털조차 가시지 않은 어니 마시.
이날은 부모 형제가 전혀 없는 그의 21세 생일로 마시의 후견인인 밥 마켈라(매거진 저널리스트겸 작가)가 친구들을 동원하여 ‘생일파티 겸 장학기금 모금 작품전시회’로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날 마시의 작품 최저 입찰가는 25달러에서 100달러로 책정됐다. 어떻게 소문을 듣고 왔는지 약 200여명이 다녀 갔고 눈 깜짝할 사이에 32점이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팔렸다. 한 에칭 작품은 무려 825달러에, 또 유화는 650달러등에 팔려 마시의 손에는 거금 9,000달러가 쥐어졌다.
마시는 "꿈에서나 그려보던 대학진학, 자동차, 행복을 이제는 나도 가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기뻐했다. 그는 "밥 마켈라의 끊임없는 이해와 가르침, 사랑, 인내심이 없었다면 오늘을 있을 수 없었다"며 "그는 인간 쓰레기같은 나를 포기하지 않고 이끌어 준 진정한 부모였다"고 울먹였다.
밥과 마시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다. 이들이 혈연보다 더 진하게 맺어진 시작은 1989년. 당시 20대후반 작가지망생이었던 밥이 할리웃에 있는 할리그로브 고아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9살인 고아 아론 ‘어니’마시를 만났다.
그는 마약중독자 엄마가 포스터 케어 홈에 수용된 상태에서 태어난 고아. 포스터 홈과 고아원을 전전하던 마시는 당연히 ‘싹이 노란 말썽꾸러기’였다. 그래도 6살부터 3년간은 롱비치의 한부부 집에서 자랐는데 이들은 어느날 "여름휴가를 가야겠다"며 그를 이 고아원에 밀어넣고 사라졌다고 한다.
밥은 마시가 이제껏 대하던 사람들과 달랐다. 매주 지프에 태우고 나가고 집에도 데려가 한식구처럼 잘해줬지만 무엇보다 그는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흥미있어 했던 것. 마시는 이때 처음으로 ‘사람대접’을 받았다고 기억한다.
밥도 수년간 매주 그와 함께 지내면서 귀엽고 유머감각이 있는 재기 번뜩이는 마시에게 사랑을 퍼부었다. "사랑받지 못한 채 부평초 같이 산 어린 마시를 더 이상 방황하게 하면 안된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했지만 청소년이 되면서 마시는 번번히 그를 좌절시켰다.
그와 가족들의 것을 훔쳐내고 백화점 물품을 슬쩍했다. 학교는 땡땡이 치고 마약에도 빠져들었다. 그러더니 결국 18세가 된 4개월후 그는 강도혐의로 체포되어 8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밥 마켈라의 절망은 최고조에 달했다. 10년간의 노력이 공수표로 돌아갔기 때문.
그러나 수개월의 감옥생활중 마시가 변화됐다. 밥은 10년만에 처음으로 진실로 마음을 연 마시를 다시 받아들였고 그의 수형기간, 또 출소후의 재기와 독립을 적극 지원했다. 마시는 그림과 스케치에 놀라울만한 재질이 있었고 그를 바탕으로 자력으로 베벌리 힐스의 광고회사에 취직도 했다.
그동안 틈틈이 그려 온 작품을 본 밥은 올해 가을에는 커뮤니티 칼리지에 진학할 계획인 그를 돕기 위해 전시회 및 경매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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