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년대 미국시장 석권후 사라졌다가 재상륙
얼만 전까지만 해도 패션잡지나 인기인들의 사진이나 광고에서나 남자들은 모두 머리를 짧고 단정하게 자르고 나오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의 스타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가 머리를 길러 멋진 아프로 스타일을 하고, 탐 크루즈는 1999년작 ‘매그놀리아’에서 빗질하지 않은 긴 머리를 휘날리며 관객들을 사로잡더니 요즘 여자들은 곱슬머리를 조금씩 요리조리 땋아서 머리통에 옥수수 밭처럼 이랑을 만들고 다니는 뉴욕 닉스의 래트렐 스프리웰의 헤어스타일을 섹시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바로 두어달 전에는 백스트릿 보이즈의 멤버 두 사람이 매끄럽게 윤이 나는 긴 머리채를 휘날리며 나타났다. 바야흐로 남자들도 머리를 늘어뜨리거나 최소한 길러서 빗질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자르거나 빡빡 밀어서 짧고 단정한 머리 스타일은 모두 지나간, 1990년대의 것이고 요즘 남자 헤어스타일의 핵심 단어는 풍성하고 길고 헝클어지고 끝이 뾰족뾰족하니 반항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사실 짧게 자른 머리 가지고는 그런 분위기를 절대 낼 수 없다.
본 조비나 구구 돌스 같은 인기인들이 단골로 들르는 뉴욕의 스타일리스트 이바 스크리보는 "머리 스타일은 패션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요즘은 80년대 복고풍이 유행하면서 로큰롤과 글램-펑크 같은 당시 스타일이 살아나고 있습니다"고 말한다.
리키 마틴이 머리를 조금 길러서 약간 로커 같은 분위기를 내고 백스트릿 보이즈의 케빈 리차드슨이 어깨까지 내려뜨려 로드 스튜워트 냄새를 풍기는 것이 모두 다 그 현상의 일부라는 것으로 백스트릿 보이즈의 스타일리스트인 레이첼 조이 로젠트윅은 리차드슨의 경우 더부룩한 비틀즈 스타일도 조금 가미됐다고 말했다.
LA의 클루티어 에이전시와 제휴하고 인싱크, 메탈리카 같은 인기인들의 머리를 다듬는 미치 스톤은 몇몇 음악가들은 이미지 변환을 위해 머리를 기르고 있다면서 "긴 머리가 특히 음악가들에게는 섹시해 보이므로 그저 깔끔한 이미지의 소년 밴드의 경우 그 이미지를 벗어나려면 반드시 머리를 길러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단정한 이미지에서 탈피하려고 전통적으로 흑인들이 해온, 땋는 머리나 땋은 머리 가발을 이어 붙이기까지 하는 이들도 있다. 인싱크의 저스틴 팀벌레익의 경우 작년 칸느 영화제에 금발을 땋아내려 묶고 나왔으며 새 보이밴드 오타운 멤버 제이콥 언더우드도 지난달 땋은 머리 가발을 쓰고 무대에 섰다.
베벌리힐스의 스타일리스트로 탐 크루즈, 스티븐 스필버그의 머리를 만지는 엔조 앤질레리는 "우리 사회가 점점 개방적이 되어가면서 남자들도 두려움 없이 새로운 일을 그냥 시도해 보고 있다. 싫증이 나서 자꾸 새 것을 실험해보고 고쳐보는 것은 모두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하는데 요즘 새로 대두되는 아프로는 유명한 70년대 것과 다르다고 앤질레리는 말한다. 요즘 코비 브라이언트와 그 본을 받아 수많은 NBA 선수들이 하고 있는 아프로는 옛날 것만큼 둥글고 크지가 않다는 것. 더 작고 더 단단해서 사방으로 펄펄 날리지를 않으며 흑인의 힘과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강력한 정치적 상징이었던 70년대 것과 달리 새 천년의 아프로는 최첨단 멋쟁이를 상징한다.
맨해턴의 살롱에서 보통 사람들의 머리도 만지는 스크리보는 요즘 직장 분위기가 사람들의 차림새에 보다 더 자유로워짐에 따라 머리를 길러보고 싶다는 손님들도 많다고 말한다. 특히 지난 두어달 동안 머리를 기르기 시작한 사업가, 단골손님들이 많아졌다는데 "이들은 옆과 뒤는 조금 짧고 단정하게 유지하면서 앞머리는 더 길러서 낮에 출근할 때는 뒤로 빗어 넘겼다가 주말에는 자유롭게 풀어놓는 경향"이라고 했다.
스타일리스트들은 남성들이 이렇게 머리를 기르는 것은 헤어스타일에 눈을 뜬 남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앤질레리는 "남자 스타일과 여자 스타일의 구분이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습니다. 요즘 남자들은 여성 전용으로 여겨지는 것을 자기에게 사용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이발소 대신 미용실을 찾는 남자들이 많아졌습니다. 머리를 깎을 뿐만 아니라 스타일까지 원하는데 스타일을 매우 중요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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