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숀 슈로이어는 똑바로 생각할 수가 없다. 말도 더듬고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잊어버리며 이야기는 자주 어색하게 중단된다. 한때 총명하고 사교적이던 그의 지난날은 이제 희미한 환영일 뿐이다. 그는 이제 겨우 21세다.
슈로이어는 이 모든 것을 현재 10대들 사이에 인기가 치솟고 있는 마약 ‘엑스터시’(Ecstasy)의 탓으로 돌린다. 대개 나비나 나이키 로고 디자인이 새겨진 작은 원형 정제 엑스터시는 주로 댄스 클럽이나 ‘레이브’에서만 오고 갔었으나 점점 널리 퍼지고 있다. 작년 여름에 약물 소지죄로 체포됐던 슈로이어는 "엑스터시의 도래를 절대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80년대의 코케인처럼 2001년에 엑스터시가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통계수치가 뒷받침해 준다. 지난 4년간 10대의 약물사용은 전체적으로 답보 내지 감소했음에 반해 가벼운 환각성분을 가진 자극제인 엑스터시 사용만은 증가추세다. 지난 달 발표된 연방 조사에서는 고교 졸업반 학생들의 MDMA(엑스터시) 사용이 1999년 이후 1년 동안 약 50%나 늘어났다. 엑스터시 사용 12학년생이 1999년 5.6%서 지난해는 8%로 늘어난 것이다. 메릴랜드주 베데스다 소재 ‘국립 약물남용연구소’ 소장 앨런 I. 레슈너 박사는 "다른 약물 사용은 감소하는 와중에 늘어나는 이 약을 부모들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엑스터시가 특히 두려운 이유로 10대와 부모들이 이 약에 대해 무지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약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서 엑스터시는 안전하고 중독성이 없다는 잘못된 정보가 퍼졌다는 것이다. 볼티모어 카운티의 마약대책부장 마이크 김블은 "아이들이 엑스터시를 겁내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염려스럽다. 아이들은 파티에서 엑스터시를 보면 십중팔구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 약물정보센터’에 따르면 1914년 독일 실험실에서 처음 발명, 심리치료를 목적으로 실험적으로 사용된 엑스터시는 유럽에서도 1980년대 들어서야 오락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90년대까지도 대규모로 제조되지 못했으며 1996년에만 해도 미국에서는 비교적 드물어 그 해 경찰에 압수된 엑스터시는 1만2,000개가 못됐다. 그러다 1999년에는 95만4,878개가 압수됐다.
처음엔 교외지역 중산층 젊은 성인들에게 어필하던 이 약이 레이브에 나돌면서 요즘은 성인 사용자는 별로 없고 청소년 사용자가 급격히 많아졌다. ‘포옹약’(Hug Drug), ‘사랑약’(Love Drug)이라고도 불리는 엑스터시는 먹으면 몸과 마음이 감미롭게 훈훈해지면서 밤새 춤을 출 기운이 나고 체온이 오르는데 때로 위험스러울 정도로 올라간다. 그러지 않아도 열기가 가득 찬 댄스 클럽에서 체온까지 올라 응급실에 탈수증세로 실려오는 아이들이 많다. 너무 심해서 경련을 일으키기도 한다.
레슈너 박사는 엑스터시가 뇌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일부 즉각적인 영향은 분명하며 암페타민이나 코케인과 비슷하다고 말하는데 약을 복용한지 몇 시간 내에 깨고 나면 혼란, 우울, 수면 문제, 약물 갈망, 불안, 망상, 정신착란 등으로 고통받을 수 있다. 구토, 흐린 시야, 어지러움, 오한도 있다.
슈로이어도 엑스터시를 복용한 다음날 종종 피곤하고 신경과민 상태로 침대에 누워지내곤 했다. 그래도 먹으면 아무 걱정도 스트레스도 싹 잊어버리고 환각상태에 빠지는 그 약이 이제까지 그가 19세까지 경험해본 헤로인, 코케인, 아편보다 더 좋았다.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긴 하지만 마약은 그의 삶에서 공허감을 메워줬다.
그러나 엑스터시는 그를 완전히 망쳤다. 볼티모어의 댄스클럽에서 25달러를 주고 먹었더니 갑자기 클럽 안의 사람들이 모두 친구 같이 느껴졌다는 그는 하룻밤에 15알을 먹고 잠깐 취한 후에는 며칠 동안 온갖 부작용에 시달리다가 결국 딜러가 돼서 호화생활을 하게 됐다. 어떤 날은 45달러를 가지고 나이트클럽에 갔다가 6,000달러를 벌어온 적도 있었다.
그러나 아편의 후유증인 통증과는 달랐지만 뭔가가 나쁜 것이 느껴졌다. 엑스터시를 먹는 동안 자기가 생각을 분명하게 할 수 없는 것을 알게 됐고 약에서 깬 후유증은 점점 심해졌다. 결국 체포된 그는 부모가 외면해 한 달을 구치소에서 보낸 끝에 18개월 징역형 두 번에 5년 보호관찰형을 받았다. 6개월에 걸쳐 외래로 약물중독 치료를 받으며 어머니 집으로 들어온 그는 건축현장에 취직도 했고 서서히 생활을 바로잡기 시작했다.
볼티모어 카운티에서 마약 카운슬러로 일하는 누나 안젤라 슈로이어(23)는 동생이 약을 끊고 새 생활을 할 것이라고 믿지만 항상 20~30명에게 둘러싸여 지내던 인기와 돈에서 멀어지는 것은 참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염려했다.
마약 단속관들은 엑스터시의 파급 규모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한다. 현재는 알콜이나 마리화나보다는 덜 퍼져 있지만 문제는 시대의 유행을 타고 중고교생들에게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로 탈수를 줄여 줘 엑스터시 관련 도구로 사용되는 고무 젖꼭지, 사탕 목걸이, 물병 등은 아무 것도 모르는 10대들 사이에서 거의 신분의 상징으로 부상했다.
슈로이어는 당국자들이 얼마나 잘 엑스터시 보급을 멈출지 의심한다. 엑스터시가 얼마나 쉽게 팔리는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그의 고객 중에는 다른 약물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엑스터시는 다르다고 생각해서 구입하는 고등학생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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