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39)이 영화계에서 화제다. 아니 그의 연기가 화제다. 영화 <파이란>(튜브픽쳐스, 송해성 감독)에서 그는 또 다시 빼어난 연기력을 선보였다.
연극배우 출신의 최민식은 오래 전부터 연기력을 높이 인정받았다. <쉬리>의 북한 특수부대장, <해피 엔드>의 무기력한 남편 등 그가 관객들에게 깊게 새겨 놓은 이미지는 많다.
이런 최민식인지라 <파이란>도 당연히 많은 기대를 모았고, 최민식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파이란>에서 그의 배역은 3류 건달. 정말 한심한 인물이 지난 6개월여 동안 최민식이 함께 부대꼈던 인물이다.
제 멋대로 놔 둔 머리, 멋지게 보이기 위해 기른 것이라 볼 수 없는 수염, 털털이 지나쳐 꾀죄죄함까지 엿보이는 옷 차림 등 일상에서의 최민식은 도무지 연예인으로 보이지 않는다. 연예인 만의 특별한 차림새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최민식은 너무 했다 싶을 정도다.
"그렇게 하고 다녀도 부인이 그냥 놔둬요?"
"허허허! 이렇게 하고 다니는걸 내가 워낙 편하게 여기기 때문에.. 옷은 여름과 겨울용만 준비해 놨을 뿐 봄?가을용은 아예 없다. 카메라 앞에서만 연예인이지 일상에선 평범한 남자로 살고 싶다."
’카메라 앞에서만 연예인’이라는 말에서 최민식의 연기 에너지가 어떻게 그토록 줄기찰 수 있는 지 짐작된다. 일상에선 자신을 텅 비워놓은 채 다음 연기를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고, 그것을 한데 모아 카메라 앞에서 쏟아놓는 모양이다.
<파이란>의 이강재는 인천 뒷골목의 3류 건달. 형편없는 인간이다. 흔히 ‘인간 말종’이라 불리는 유형이다. 이 정도야 제법 그럴듯하게 연기했던 배우들이 적지 않게 있다.
이강재란 배역의 특징은 단선적이지 않다는데 있다. 그래서 표현하기 어려운 캐릭터다.
이강재는 영화의 시작과 끝에서 캐릭터가 크게 바뀐다. 처음엔 ‘인간 말종’이었으나 차츰차츰 바뀌어 끝내는 전혀 다른 인물이 된다.
2시간이 채 안되는 짧은 시간 안에 이런 인물이 바뀌는 것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 못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최민식은 이를 해냈다.
한없이 비열한 인물이 한 여자의 따뜻함 덕택에 마침내 회한의 눈물을 흘리고, 새로운 삶을 찾아나서기로 결심하고, 또 죽음을 기다리는 인물로 바뀌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그래서 <파이란>의 최민식 연기에 영화인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는 것이다.
최민식의 연기력은 타고 난 것일까. 최민식에 따르면 아니다.
"내게 연기를 한다는 것은 내 감정을 밑바닥까지 박박 긁어, 모아서 한꺼번에 내지르는 것이다. 그래서 힘들고,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힘든 대신 제대로 해냈을 때 보람 또한 큰 작업이다."
이런 연기관의 최민식인지라 그는 출연작을 고를 때 결코 평범치 않다. "제작자나 투자자에겐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흥행성은 고려하지 않는다. 인물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내가 연기?가치가 있는 캐릭터인가를 우선 고려한다."
그러면 <파이란>에 대해선 만족할까.
"장바이쯔는 물론 조연 배우들이 너무 열심히, 또 잘했다. 그래서 기분좋은 작업이었고,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최민식은 이제 마음 속에서 이강재를 덜어내고 새 인물을 넣었다. 조선 후기 화가 장승업이다. 임권택 감독이 세계 영화제를 염두에 두고 만들 새 영화 <장승업>이 그가 당분간 부대낄 인물이고, 그것을 위해 최민식은 벌써 그림 공부를 시작했다.
최민식의 새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는 뭘까. <파이란>의 이강재가 실망시키지 않은 ?문일 것이다.
정경문 기자 moonj@dailysports.co.kr
송영신 기자 yssong@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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