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렇게 영화 찍기 좋은 곳이!"
최근 부산에서 16mm 에로영화 <대쉬>를 찍은 유민 감독(32ㆍ쨈엔터테인먼트)은 한 가지 굳은 결심을 하며 서울로 올라왔다. ‘다음 작품도 무조건 부산에서 찍어야지.’
왜 그랬을까.
부산 시내에서 자동차 운전 장면을 찍던 촬영팀은 경찰차가 나타나자 "망했다. 오늘은 종쳤구나" 며 낙담했다. 극장 영화도 아니고, 사전에 신고도 안 했으니 서울 같으면 무조건 짐을 싸야 할 상황.
하지만 ‘훼방꾼’으로 여겨졌던 경찰관은 몇 마디 나누더니 금새 ‘천사’로 바뀌었다.
"안전장치도 없이 촬영하시면 위험하시지 않습니까?"라며 출입제한 표지를 세워주는 등 교통정리를 해준 것이다.
다음 날엔 더 황송한(?) 일이 생겼다. 헬멧을 안 쓰고 오토바이 타는 장면을 찍다가 경찰관들에게 걸린 촬영팀. 촬영 중지는 물론이고 ‘딱지’까지 각오했다.
그런데 카메라와 촬영 스태프를 보더니 경찰관은 촬영 노선을 묻고는 주변 지역 동료 경찰관들에게 무전기로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 영화 촬영하느라고 헬멧 안 쓴 라이더가 있으니까 지나가면 그냥 통과시켜 주세요"
경찰관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해운대 부근 카페 주인은 무료로 카페를 빌려주고, 해변의 시민들은 엑스트라를 마다 않았다.
심지어 폭주족까지 한통속(?)이었다. 광안리 해변 촬영 중 고급 오토바이가 소품으로 필요했던 일행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주변에서 자판기 커피를 뽑아먹던 폭주족들에게 잠깐만 오토바이를 빌려 달라고 부탁했다. 전혀 기대를 안했는데 폭주족들은 오토바이를 세워 둔 채 한 시간이 넘는 촬영 기간 내내 ‘얌전히’ 기다려줬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부산 영상위원회(www.bfc.or.kr)의 노력 덕분에 부산이 ‘영화촬영의 천국’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99년 12월 생긴 영상위원회가 부산시 등의 협조를 얻어 영화촬영에 최대한 편의를 제공해 온 덕에 이젠 시민들까지 ‘알아서’ 참여하는 수준에 이른 것.
영상위원회의 김정현 팀장(28)은 "<대쉬> 촬영팀이 운이 아주 좋았다. 허가 없이 도둑 촬영하면 안 된다"며 "아마 부산 사투리와 정서가 담긴 <친구>의 인기가 시민들의 호의적인 분위기를 유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인들 사이의 입 소문을 타고 부산은 이제 완전히 ‘영화 로케이션의 고장’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로케이션 신청이 48편이었지만 올해는 벌써 40편을 넘어섰다. 김 팀장은 "국내에서 촬영하는 영화의 70% 이상이 로케이션 지원 신청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친구>처럼 영화 배경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영화도 촬영 편의를 위해 부산 올 로케이션을 하는 것. 지난해 국산 블록버스터로 40여억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었던 <리베라 메>는 부산에서 촬영한 덕에 10억원에 가까운 제작비를 아꼈다. 교통통제는 물론 소방차, 소방대원, 소방수 등의 비용을 관계 당국에서 지원해 줬기 때문.
현재 <성냥팔이소녀의 재림> <아이러브유> <미워도 다시 한번 2000> 등도 부산에서 촬영중이다.
김정현 팀장은 "극영화 뿐 아니라 단편, CF, 다큐멘터리 가리지 않고 장소 섭외, 엑스트라 등을 지원해 준다"며 팩스(051_888_6654)나 홈페이지로 신청해 달라고 말했다.
임상훈 기자 sanghoon@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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