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운 & 컨트리’(Town & Country)
결혼한 사람들의 부정을 다룬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얼마전 상영된 같은 주제의 스웨덴 영화 ‘부정’(Faithless)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타운 & 컨트리’는 코미디이긴 하지만 진지한 주제를 다루는 태도가 스웨덴 영화(너무 무거워 다소 탈이지만)와는 너무나 다르다. 경솔하고 천박하기 짝이 없어 보기가 민망하다.
남자의 바람기를 유전인자 탓으로 돌리는 이 영화는 1988년에 여름에 찍어 이듬해 4월에 개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각본이 여러 차례 개정되면서 제작이 지연돼 개봉일이 계속 미뤄지다 이제야 선을 보이는데 마감시간에 임박해 황급히 써낸 글처럼 앞뒤가 안 맞고 엉성한 부분이 여러 곳 눈에 띈다.
할리웃 A급 스타들과 뉴욕의 파크 애브뉴와 아이다호의 휴양지 선밸리 등 외형적으로는 눈요깃거리는 많지만 어리석고 값싼 농담과 대사 그리고 같은 소리를 반복해가며 장황하고 시끄럽게 늘어놓는 바람에 역정이 난다. 형편없이 볼품 없는 영화는 아니지만 어수선한 꼴불견.
벌거벗은 채 첼로를 연주하는 정부 알렉스(나스타샤 킨스키)를 바라보면서 “이것은 일회성 바람이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포터(웨렌 베이티)가 침대 위에서 독백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천하의 바람둥이로 배우인 아넷 베닝과 결혼한 뒤로 바람기를 잠재운 베이티가 자기 풍자를 하는 것 같다).
건축가인 포터는 아름답고 성실한 아내 엘리(다이앤 키튼)와 장성한 남매가 있어 남부러울 게 없는데도 끊임없이 바람을 피운다. 그러나 사실 포터의 파크 애브뉴 가정은 한마디로 말해 개판 집이다.
포터 부부와 매우 친한 그리핀(게리 쉔들링)과 모나(골디 혼) 부부의 행복한 삶은 그리핀이 외도를 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포터는 어릴 적 친구로 남편과의 이혼수속에 들어간 뒤 배신감에 치를 떠는 모나(그러나 모나도 바람 핀 적이 있다)를 위로하다가 둘은 섹스 파트너가 된다.
그런데 포터와 알렉스의 관계가 들통이 나면서 포터와 그리핀은 선밸리에 있는 그리핀의 오두막 별장으로 반성여행을 떠난다. 여기서 포터는 괴팍한 백만장자(찰턴 헤스턴이 웃긴다)의 화냥기 많은 딸 유진(앤디 맥다웰)과 동네 철물점 집 딸 오번(제나 엘프맨) 등과 에피소드를 엮으면서 두 남자와 관계된 5명의 여자는 뉴욕 미술관의 화장실에서 만나게 된다.
빈약한 얘기를 보충하려고 공연히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만드는데 킨스키와 맥다웰과 엘프맨 등은 소모품에 지나지 않는다. 얘기를 억지로 짜 맞추어 가면서도 제대로 안 돼 미완성으로 끝난다. 특히 베이티, 키튼, 혼의 연기는 자화자찬식이어서 부담이 간다.
굉장히 언짢은 것은 백인 주·조연을 제외한 여러 소수계가 완전히 광대처럼 묘사된 것. 이야말로 레이시스트 영화다. 감독 피터 첼솜. 등급 PG-13. New Line.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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