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디악이 희귀암으로 죽어갈 때 바니 와인트롭은 영혼이 담긴 것 같은 검은 눈동자로 자기에게 친구가 필요할 때 앞발을 자신의 손위에 올려놓고 머리는 무릎에 기댄 채 꼬리를 흔들던 검은 푸들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리고 1999년 7월에 죽자 곧 추모를 시작했다. 목에 거는 하트 모양 금합에 코디악의 사진과 털을 넣고 다니면서 코디악이 얼마나 보기에 멋졌는지, 금방 이발을 시켜서 사람 많은 거리로 끌고 가면 자랑스러운 듯 고개를 빳빳이 치켜들던 모습을 회고하곤 했다.
또 자신이 받은 50여장의 조문 카드를 들여다보면서 코디악이 얼마나 순한 개였는지도 되새겼다. 개가 죽었다는 소식에 흐느끼던 우체부, 코디악을 붙잡고 걸음마를 배우던 이웃집 꼬마도 생각했다. 코디악이 그 나무, 새, 덤불들을 모두 좋아하던 콜드워터 캐년 인근 하이킹 코스에서 찍은 사진이 실린 잡지 광고는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 놓았다.
와인트롭은 뿐만 아니라 돌에 그린 코디악의 초상화도 가지고 있고 화장한 재를 담은 삼목 상자를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있다. 남편도 있고 장성한 자녀가 둘이나 되는 와인트롭은 새로 크리스핀이란 푸들을 기르고 있지만 여전히 코디악을 잊지 못한다. "코디악과 나의 관계는 신비한 것이었죠. 코디악을 기억할수록 슬픔이 덜해져요."
바로 이런 슬픔 때문에 애완동물 장례업계가 요즘 미국에서 뜨고 있다. 죽은 애완동물을 방부처리하고 매장하고 화장하고 추억하게 하는 이 일은 미국 가구의 반 이상이 한 마리 이상의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고 애완 동물의 지위가 직계가족 다음으로 격상했음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있다. 때로 애완동물은 자녀, 형제자매, 친구 또는 배우자를 대신하기도 한다.
애완동물을 아끼던 사람들은 장사 지내는데도 돈을 아낌없이 쓴다. 소나무 관 값이 평균 245달러고 재를 담는 화강암 항아리는 개당 124달러, 맞춤 제작한 묘비에는 130달러나 한다.
물론 동물의 죽음을 사람 죽은 것처럼 처리하는 것은 편벽되고 과도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랑하던 애완동물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자기 분수에 맞지도 않는 호화 장례식을 치른다거나 그 때문에 직장을 장기간 결근한다면 그것은 건강치 못한 반응이라고 임상심리학자인 앨런 엔틴은 말한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사람보다 동물과 더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많다고 엔틴은 말한다. "좀 두렵죠. 도대체 이 사람들은 무엇이 잘못되어 사람과는 건전하고 행복한 관계를 맺지 못하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나거든요. 그들이 애도하는 것은 애완동물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상실입니다. 동물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다른 문제를 상징할 뿐이지요."
그래도 자신이 아끼던 동물은 비료가 되거나 뒷마당에 묻히는 것 이상의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다. 바로 그런 사람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위티어의 로즈힐스 묘지는 인근 대지 8에이커를 매입하여 풀 서비스 애완동물 장의사 및 묘지를 마련했다.
"애완동물 장례 업이 쑥쑥 성장하고 있습니다"고 국제동물묘지협회 사무총장인 스티븐 드라운도 말하는데 현재 전국적으로 700개가 넘는 애완동물 전용 묘지는 10년 전보다 2배가 늘어난 숫자다. 따라서 화장한 재를 담는 동물 모양 항아리나 사진 상자, 갖가지 모양의 묘비를 도매, 또는 인터넷으로 소매하는 미네소타주 세인트 폴의 포에버 페츠사도 성업중이다. 주인 하이미 미네아는 자기 회사는 연간 40%씩 성장하고 있다면서 "아직 업계는 유아단계"라고 말하는데 LA의 캘 펫 화장사도 지난 8년 사이에 2배로 커졌다.
한편 전직 교사로 동물의 의사소통에 관한 책도 쓴 와인트롭은 코디악이 죽은 후 자신이 느끼는 슬픔의 강도에 스스로도 놀랐다. 왜 자신이 슬픔을 추스르지 못하는지를 의아하게 여기던 끝에 LA에서 열리는 서포트 그룹에 나갔다.
애니멀 스페셜티 그룹과 연계하여 다달이 90분간 애완동물을 잃고 애도하는 사람들을 위한 모임을 운영하는 심리요법사 캐슬린 팬티아는 "슬픔과 함께 혼돈과 죄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한다. LA 북부 웨스트레이크 빌리지에서 비슷한 그룹을 시작하고 있는 결혼 및 가족요법사 벨린다 스와츠먼은 "필요가 있습니다. 수의사들은 애완동물을 잃고 어쩔 줄 모르는 사람들을 어디로 보내야 할지 모르거든요"라고 말한다.
사실 수의사와 수의과 대학들도 이 문제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샌타클라리타의 발렌시아 동물병원은 애완동물 주인들에게 조문 카드도 보내고 서포트 그룹과 정신건강 전문의를 소개하기도 한다. 개업의나 수의과 대학들은 소셜 워커를 초청해서 해당 훈련을 받고 있다.
와인트롭은 다른 사람을 돕는 일로 코디악을 잃은 슬픔을 잊기로 했다. 현재 타주는 물론 외국에서도 슬퍼하는 동물주인들로부터 전화를 받는 그녀는 서포트 그룹에 출석하거나 스스로 만들 것을 권장한다. 또 죽은 동물의 이름으로 동물보호단체에 헌금도 하고 위로의 카드나 편지를 보낸다.
한번은 기르던 시궁쥐가 죽어 슬픔에 빠진 7세 소년에게 카드를 보냈더니 답장이 왔다. "카드를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기분이 많이 좋아졌어요. 염려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니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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