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정상에서 하강질주... 슬로프 경사 50도 보통
만년설에 뒤덮인 알래스카의 위풍당당한 고봉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보는 이의 숨을 막히게 한다.
그런데, 그처럼 아슬아슬한 높은 산 꼭대기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다.
푸른 창공과 숨막히는 고봉, 그리고 눈부신 흰눈을 배경으로 스키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은 알래스카의 비경과 함께 또 하나의 장관을 연출한다.
최근, 알래스카의 어촌도시 코르도바 인근의 눈덮힌 산에서는 고산 프리스키대회라는 이색적인 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에는 세계최고 수준의 남성 고산스키선수 12명과 여성선수 4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스키선수들이라기 보다는 설원의 시인들이다. 스키를 타고 내려올 때마다 산위에 하나의 시를 쓰는 것이다"
알래스카 스키협회의 미첼 보드리 심판은 이렇게 말한다.
알래스카의 높은 산에서 내려오는 프리스키대회는 글자그대로 자유스키다.
정해진 코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출발선 게이트나 기록시계 등도 동원되지 않는다. 다만, 선수들의 자유로운 코스선택, 유동성, 테크닉, 공격성 및 컨트롤 등의 항목을 기준으로 점수가 매겨진다.
이들과 하루 이틀만 지내다 보면, 프리스키대회가 전형적인 스키대회와는 아주 다르다는 사실을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선수들은 경기우승이나 팬들의 환호를 추구하기 보다는 겨울의 은밀한 자연과 깎아지르는 절벽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상업적 성격이 강한 전통적 의미의 스키대회와는 판이하다. 한마디로, 이들은 속세의 명성보다는 스키의 뿌리를 찾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스키를 즐기는 알래스카의 고산은 상상가능한 가장 험한 산악코스다.
스키 슬로프의 경사가 보통 50도를 넘고, 2000피트가 넘는 수직절벽이 도사리고 있다. 보통 사람들에게 이런 곳에서 스키를 타라면 기절하고 말겠지만, 이들은 위험을 잘 컨트롤하면서 가파른 산을 내려온다.
이번 프리스키대회 참가자 중에는 전미 알파인스키 선수권자인 29세의 웬디 피셔가 포함되어 있다. 한때 미국 알파인 스키계의 최고스타였던 그녀는 스키 본연의 자유로움을 찾아서 프리스키로 전향했다.
네바다주 산골에서 성장한 피셔는 다섯 살 때부터 집주변의 언덕을 누비며 자유스키를 시작했다.
인근의 스콰우 밸리가 어린시절 그녀의 스키장이었다. 함께 스키를 즐겼던 두 명의 오빠중 한 명은 스키점프 도중 목뼈가 부러져 사망하는 비극도 경험했다. 그러나, 피셔는 오빠의 넋을 기린다는 일념하에 더욱 스키에 매달렸다. 그후 피셔는 미국 스키대표팀에 발탁되었고, 20세에 전미 알파인대회를 석권한 후 올림픽 대표팀에도 선발되었다.
하지만, 신은 피셔의 스키인생을 안이하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출전 하루 전날, 피셔는 연습도중 굴러떨어져 부상을 당했다.
비록 올림픽 출전은 좌절됐지만 피셔는 재기에 성공했고, 다음 해부터 월드컵 순회대회 미국대표팀 선수로 다시 선발됐다. 하지만, 이때부터 피셔는 조직적 스키대회에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결국, 피셔는 노르웨이 릴리하머 동계올림픽 출전을 포기했다.
그후 스키대회에 몇번 더 참가하는 동안, 그녀는 기존의 스키대회가 더 이상 자신의 체질에 맞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그리하여, 피셔는 마침내 프리스키 선수로 전향했다. 이 때, 그녀에게 도움을 준 사람은 두 차례나 세계극한스키 선수권을 재패한 킴 라이클렘 선수였다.
피셔는 처녀출전한 1996년 전미극한스키 선수권에 출전, 당당 우승을 차지했다.
여세를 몰아 그해 알래스카 발데즈에서 개최된 세계극한스키 선수권전에서 우승했고, 이듬해 이 대회를 2연패, 기염을 토했다. 또한, 극한스키 월드컵 및 남미극한스키 대회도 차례로 재패했다.
피셔처럼 알파인 스키에서 프리스키로 전향한 27세의 크리스 데븐포트는 프리스키의 장점을 이렇게 표현한다.
"프리스키의 가장 큰 매력은 스키를 통해서 진정한 지구촌 가족의식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리스키 이벤트에는 세계각지로부터 다양한 스키관련 인사들이 몰려든다.
그중에는 단지 스키선수들 뿐 아니라, 영화제작자들, 사진작가들, 스키장을 비롯한 각종 스키산업 관계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들은 프리스키라는 언어를 통하여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교제를 갖는다.
프리스키는 90년대 초반만 해도 존재조차 미미했었다. 그러나, 1996년 프리스키계의 대부로 통하는 셰인 맥컨키가 국제프리스키협회를 창설하면서, 프리스키는 일약 세계적 붐을 타기 시작했다.
오늘날, 프리스키는 각종 X게임 및 중력게임들과 더불어 차세대 스포츠의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국제프리스키협회는 유타주 파크시티, 유럽 등지에 지부를 두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1,000명이 넘는 정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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