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서부 대평원 목장들 매일 수백마리씩 피해... 기업형태 전문절도단 소행
미국의 중서부 대평원 목장들을 상대로 한 대규모 소떼도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이것이 소 한두마리를 훔치는 차원이 아니라, 단번에 수백마리를 훔쳐내는 기업적 소도둑이라는 점이다.
일명 ‘러슬러’라고 불리우는 이들 기업규모의 소도둑들은 대도시 좀도둑들과는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이들은 치밀한 전략을 수립하고 첨단장비들을 동원하여 조직적인 가축도둑 행각을 벌이고 있다. 도둑질한 가축들의 거래 시가만도 물경 수백만달러에 달한다.
얼마 전, 사우스 다코타주 체리 크릭의 목장주 지노 헌트는 한꺼번에 22마리의 송아지를 도둑맞았다. 어미소들의 젖이 퉁퉁 불어 있어서 자세히 점고해 보니, 송아지들이 없어진 것이었다.
캔사스주 스프링 힐의 목축업자 수지 맥키는 새벽 4시에 가축들의 요란한 울음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목장에 나가보니 도둑들이 트럭의 서치라이트를 이용, 24마리의 소를 몰고 달아나던 중이었다.
아이다호주 제롬의 대규모 목축업자 데이빗 조트맨도 지난해, 목장종업원들을 자처한 소도둑떼들에게 수많은 소들을 도둑맞았다. 이 도둑들은 거의 매일 수십 혹은 수백마리의 소들을 트레일러로 훔쳐냈다. 조트맨이 그 사실을 깨닫았을 때는 1,600마리의 가축이 사라진 후였다.
급기야, 각 주정부들은 소도둑과의 전쟁에 돌입하기에 이르렀다.
주정부들은 첨단장비로 무장한 도둑떼들과 맞서기 위해 수사관들에게 각종 최신장비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주정부 차원에서 가축도둑을 전담하는 특별검사 임명법안을 제정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들어 소도둑떼가 극성을 부리는 것은 두당 평균 1,000달러 이상 하는 쇠고기 가격상승과 관련이 크다. 또한, 역설적으로 소도둑떼의 창궐은 목축업이 활발한 대부분의 주들이 심각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현실과도 관련이 깊다.
요즘 대평원 목축지대에서는 갈수록 인구가 줄고 있다.
시골지역의 학교와 비즈니스, 그리고 중심타운도 대체로 쇄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와 관련, 사우스 다코다주의 소도둑 수사관 제리 데르는 진단한다.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고 살면서 이웃들의 재산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했으나, 요즘에는 그런 네트워크가 실종됐다"
또한 산업계 전반에 불어닥친 대형화 바람도 문제다.
소규모 목축업자들은 가축들을 대규모 목축업자에게 매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 결과, 한 목장 안에서 감시해야 할 소들의 숫자가 전례없이 많아졌다.
또 목장업주들의 목축업에 대한 헌신도 저하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목축업자들 가운데는 목장관리는 아예 수하일꾼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타운에서 다른 부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축관리가 허술해질 수 밖에 없다.
다른 한편, 목축업자들의 노령화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기존의 목축업자들은 갈수록 노령화 되어 가는데 비해, 그들의 신세대 자식들은 고향에 남아 가업을 있기를 꺼려한다.
게다가, 오늘날의 목축업은 예전과는 달리 경제적 채산성이 그리 크지 않은 비즈니스에 속한다. 이런 상황에서 소떼를 도둑맞으면 비즈니스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수사관들은 미국 중서부 및 서부의 대평원지대에 대규모 가축도둑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게중에는 목장일꾼이나 가축브로커도 끼어있고, 가축선물 시장에서 행동대원들이 훔친 가축장물을 판매하는 판매책들도 포함된다.
도둑들은 대형 트레일러나 트럭을 몰고와서, 이동식 가축우리와 훈련받은 개들을 활용하여 소떼를 훔쳐낸다. 때로는 현장에서 소떼를 도살하여 고기를 각을 떠서 가져가는 대담한 수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아이다호의 한 소떼도둑은 소들을 훔칠 때, 증거인멸을 위해 일련번호가 새겨진 소 귀들을 모두 잘라내고 가져가는 잔인함도 보였다. 또, 소가죽에 각인이 새겨진 경우에는 그 부분을 벗겨내고 새로운 각인을 찍는 수법도 사용된다.
놀라운 사실은 이들 기업규모의 소도둑떼 중에는 어엿한 화이트 칼라들도 다수 끼어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소도둑들에게 필요한 첨단기술과 은행간 돈세탁을 하기 위한 재정적 노하우를 제공한다. 지난 해에는 오리건주의 한 부부가 소떼 장물판매로 50만달러의 이득을 챙겼다가 체포되기도 했다.
한편, 상당수의 주정부들은 소도둑 방지를 위해 소의 몸에 컴퓨터 칩을 직접 내장시키는 첨단기술까지 생각하고 있다. 육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한 컴퓨터 칩을 스캐너로 검사하기 위함이다. 또한, 도둑맞은 송아지와 그 어미소를 대조하기 위해 DNA 지문확인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보편적인 도둑방지법은 이미 200여년간 활용되어 온 가축낙인법이다. 문제는 아직도 많은 주들이 가축낙인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다행히, 최근들어 각 주정부들은 전국적인 가축식별시스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전국적 식별체계 개발은 식품안전운동가들의 저항에 직면해 있다. 이들은 식별체계가 가축들을 오염시켜 식품의 안전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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