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심탐험자’ ‘침투자’로 불리며 전세계서 활동.. 버려진 건물, 지하철 역등 접근금지구역 탐험
2월의 어느 일요일 저녁, 벤자민 데이요(30)와 3명의 동지들은 뉴욕 그랜드 센트럴 역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코 보지 못할 측면에서 감상하기 위해 모였다. 주름을 잘 세운 양복에 가죽 구두를 신은 평범한 통근객 차림을 한 이들은 지하층의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플랫폼으로 들어가 끝까지 걸어가서는 트랙으로 뛰어 내려 파이프가 줄지어 있는 낭하로 올라갔다. 결성된지 4년이 된 ‘징크스’라는 이름의 이 단체 회원들은 거기서부터 넥타이를 셔츠 속으로 집어 넣고, 매우 뜨거운 증기가 뿜어 나오는, ‘위험:아스베스토스’라 표시된 절단된 파이프 밑으로 달라붙는다.
노면에서 80피트쯤 땅속으로 들어갔지만 기차가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껌껌한 공간에서 물웅덩이를 피해가며 데이요는 그 아래 경관을 감상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실리적인 경치고 누가 보라고 만든 것이 아니지요. 그렇지만 너무나 아름다워요”라고 말하지만 이들이 한 일은 용감한만큼 무모한 일로 부상은 물론 무단침입죄에 대한 벌금까지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뉴욕의 ‘징크스’처럼 터넬, 빈 병원, 미사일 대피소나 기타 금지된 구역들에 숨어드는 ‘도심탐험자’ 내지는 ‘침투자’들은 전세계적으로 느슨하지만 거대한 조직을 형성하고 있다. 건축물의 아랫도리 보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곳들이 전통적인 아름다움과 상관없다는 점은 더욱 흡인력으로 작용한다.
접근이 제한된 구역일수록 매력은 더해 미네아폴리스 그룹은 빗물하수구에서 카약을 탔고 영국 도버의 한 남자는 그 지역의 2차대전시 포대와 참호 안에 들어갔으며 베를린에서도 몇사람이 알렉산더플라츠 지하벙커에 들어갔다. ‘K-타 나나스’라 불리는 파리의 여성그룹은 파리 지하의 카타콤으로 숨어 들어갔는데 수로는 비키니 차림으로 헤쳐갔다.
폼페이의 가옥부터 마야의 구기장까지 버려진 건축물들은 언제나 호사가들의 마음을 끌었지만 인터넷 덕분에 1990년대 초부터 이런 곳들을 실제로 탐험하는 일들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970년대부터 디트로이트의 버려진 건물들을 뒤지고 다녔던 로월 보일로(55)는 자신의 웹사이트 www.detroityes.com에 지금은 버려진 디트로이트의 명물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하루에 1000명정도가 클릭한다. 이렇게 컴퓨터로 감상만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직접 찾아나서는 사람들은 신중히 계산해서 위험을 감수한다.
“우리가 하는 일은 원래 위험한 일입니다”라고 경고하는, 지하철 터널 속의 데이요 일행은 출구를 찾아 고압전류가 흐르는 가운데 철로를 넘고 더러운 콩크리트 벽으로 난 아치밑 통로를 지나 계단을 올라간 다음 ‘북쪽 13번 비상구’라 쓰인 문을 만난다. 열고 나가니 갑자기 출발지점에서 14블럭이나 떨어진 56가와 파크 애비뉴가 나온다. 데이요가 일행을 이끌고 들어간 밴더빌트 애버뉴의 표시가 없는 문이 열리니까 나오는 것은 술집. 물정 모르는 종업원은 “파티의 일행이십니까?”라고 묻는다. 무조건 “그렇다”고 대답한 데이요 일행은 대리석 계단을 올라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이들이 곧 당도한 곳은 그랜드 센트럴 역의 경사진 구리지붕 꼭대기로 방금 전까지 땅속 80피트에 있던 사람들이 이젠 거의 지상 80피트 지점에 올라와서 크라이슬러 빌딩과 파크 애버뉴의 현대식 건물들이 자아내는 기찬 경관에 감탄하고 있는 것이다.
멀티미디어 디자인회사를 공동소유하고 있는 데이요는 2년전, 이 미끄러운 지붕을 걸어서 거기서 3층 더 높은 곳에 서있는 머큐리상의 왕관 가운데다 노란 삼각형 안에 느낌표가 들어있는(전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위험’ 표지) ‘징크스’ 깃발을 휘날려 이 세계에서 이름을 얻었다. 그래도 윌리암스 다리에도 올라갔던 그는 자신은 고공전문가이고 지하 전문가는 따로 있다고 경의를 표시한다. 바로 30대의 번역가요 작가로 1999년에 사용중인 지하철 터널에서 40명분의 촛불까지 켠 공식 디너파티를 주최한 율리아 솔리스다.
대부분 어릴적부터 으슥한 곳에 마음이 끌리던 이들이 대부분인 다른 침투자들과 마찬가지로 솔리스도 독일의 함부르크에서 자랄 때 동네 아이들에 앞장서서 하수구 안에 시체가 있을지도 모른다며 찾아다니곤 했다. 정기적으로 침투를 감행하다보니 경비원과 마주친 적도 있었지만 아직 한번도 잡히지는 않았다는데 무단침입으로 입건되면 뉴욕의 경우 15일 징역형을 받지만 미네소타의 경우 90일을 살 수도 있다. 2월에 롱아일런드 북쪽 해변에 있는 지금은 폐기된 836에이커의 옛 정신병동에 검정 부츠에 프라다 스커트, 짧은 무스탕 코트 차림으로 들어간 그녀는 혹시 경비원이나 경찰과 맞닥뜨릴 경우에 대비, 언제나 옷을 잘 차려입는다고 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