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코미디 영화 두 편이 엽기와 허무 대결을 펼칠 태세다.
12일 개봉 예정인 <휴머니스트>는 엽기, 그 보다 일주일 뒤에 개봉할 <교도소 월드컵>은 허무를 비장의 웃음 코드로 내세웠다. 두 작품은 멜로 홍수속에서 오랜 만에 만나게 되는 코미디 영화다. 그것도 당대의 인기 코드인 허무와 엽기를 표방한 코미디다. <휴머니스트>는 ‘사악하게도’ 아버지 납치 사건, <교도소 월드컵>은 ‘당돌하게도’ 범죄자 월드컵을 이야기의 중심에 ‘턱’ 갖다 놓았다.
<휴머니스트>
박상면 강성진 안재모, 베어엔터테인먼트, 이무영 감독
엽기를 전면에 활용한 코믹 잔혹극이다. 어린 시절 개에 물려 성 불구가 되고, 친구의 무지막지한 돌 찍기 세례에 뇌를 다친다는 설정부터가 잔혹하다. 이런 잔혹 장면에서 천연덕스럽게 산울림의 <예쁜 맘 예쁜 꿈> 등의 노래가 나오는 것이 엽기적이다.
이런 잔혹과 엽기 덕택에 영화는 괴팍하면서도 개성있다.
등장인물들도 하나같이 개성이 넘쳐 흘러 엽기적이다. 강간당할 뻔한 순간에 "찡기지도 못했으니 못한거제"라고 전라도 사투리를 질펀하게 쓰는 수녀가 나오는가 하면, 지저분하기 짝이 없으면서도 철학자연하는 거지도 등장한다.
영화에 대한 관객 반응은 세대에 따라 다르다. 젊은 세대에선 벌써 ‘숭배’하는 마니아까지 생겼다. <휴머니스트>의 엽기 웃음이 겨낭하고 있는 것이 기존 권위라서 영화는 블랙 코미디 대접을 받고 있으며, 그 풍자와 야유에 젊은 세대는 공감한다.
<휴머니스트>를 보고 나면 싸이를 엽기 가수라 지칭하는데 동의하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휴머니스트>의 엽기가 진하므로.
<교도소 월드컵>조재현 정진영 황인성, 신씨네, 방성웅 감독
웃음을 만드는 방식이 촌스럽다. 예고편도 옛스러운 대한뉴스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의도적으로 촌티를 선택한 셈이다.
촌티 만으로 만족하지 못한 듯 <교도소 월드컵>은 웃음 뒷 끝을 허무하게 만드는 문법을 택했다. 덕택에 영화는 진한 촌티, 허무한 웃음을 반복해서 만들어낸다.
현란하고, 때깔좋은 예고편이나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교도소 월드컵>은 생소하고, 그래서 신선하게 느껴진다.
영화 속에서 사용한 노래도 범상치 않다. 국민 체조 노래 등 1970년대 온 국민이 귀에 못이 박이도록 자주 들었던 음악이 중요 테마곡으로 사용됐다.
제목은 월드컵을 표방했지만 막상 재소자들이 선보인 축구 실력은 동네 축구 수준에도 한참 못미친다. 그 장면을 보면 ‘이것도 엽기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허무 개그를 연상시키는 듯한 웃음을 통해 <교도소 월드컵>이 보여주고자 한 것은 휴머니즘. <휴머니스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휴머니즘을 붙들고 있다.
<휴머니스트>가 엽기의 강도를 깊게 한 영화라면, <교도소 월드컵>은 허무의 스펙트럼을 넓힌 작품인 셈이다.
정경문 기자 moonj@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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