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의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62) 감독이 칸으로 돌아왔다. 22년 전 자신에게 황금종려상(<양철북>과 공동수상)을 안긴 <지옥의 묵시록>을 들고. 자신이 네가 필름을 가지고 직접 편집한 22년 전 베트남 전쟁에 대한 ‘영상 묵시록’은 조금도 빛이 바래지 않았다.
53분이나 길어진(3시간 23분)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은 전작에서 빠졌던, 프랑스인 농장 장면을 새로 넣었고 커츠(말론 브랜도)의 모습과 윌라드 대위(마틴 신)가 처음 강을 따라 캄보디아 정글로 출발하기 위한 장면을 추가했다.
11일(현지시간) 르미에르 극장에서 시사회를 마치고 만난 코폴라 감독은 "마치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라고 했다. "달라진 것은 없다. 단지 영화의 주제를 분명히 했을 뿐이다.
다시 보면서 느낌도 달랐고, 다양한 시간을 담아 완성도와 의미도 높아져 만족한다."
코폴라 감독은 <지옥의 묵시록>은 ‘반전쟁영화’라기보다는 ‘반거짓말영화’라고 했다. "문명은 전쟁 중에 진행되는 것들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 전쟁의 공포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지고, 뒤틀리며, 고통스러워하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이렇에 다시 긴 시간으로 영화를 내놓을 수 있었던 이유를 그는 DVD의 보급으로 더 세련된 관객들이 보다 개방적으로 영화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22년 전만 해도 경제적인 이유로 길게 편집하지 못했고 또 ‘전쟁 액션 영화’로 선전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
새로 넣은 프랑스 농장 장면은 "미국이 왜 베트남에 왔는가"라는 질문이라고 했다. 그는 전쟁이 끝난 지 한 세대가 지났기 때문에 이 문제를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됐다고 했다. 아내가 만든 다큐멘터리에서 ‘주제와 맞지 않아 잘라버렸다’고 한 것은 거짓말이라는 것. 그 장면에는 당시 감독의 어린 아들(로먼 코폴라)과 딸(소피아)이 출연했다. 지금 그들은 모두 감독이 됐고 로먼 코폴라는 특별초청으로 데뷔작 ‘CQ’를 갖고 아버지와 함께 칸에 왔다.
"자식들이 영화 하는 것이 기쁘다"는 코폴라 감독은 "젊은이들이 상업영화가 아닌예술영화를 한다면 격려해 주겠으며, 실제 내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했다"고 했다.
코폴라 감독은 지금은 상업성을 중시해 이런 진지한 주제의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을 개탄했다.
"요즘은 기술은 좋은데 주제의식이 낮은 영화들이 많다. 이번 <지옥의 묵시록>은 반대로 주제는 깊은데 기술적 완성도가 낮아 이를 재편집, 색상 보완으로 높인 것이다. 물론 예술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매번 다시 만들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인 이유와 시간 제약으로 내 생각을 다 못담아 특별히 이 영화는 다시 편집한 것이다."
’금요일 박스오피스에서 몇 위를 했다’는 경쟁에는 참가하고 싶지도 않다는 코폴라 감독.
길게 기른 흰 수염과 여유로운 모습에서 삶의 경륜과 깊이가 보이는 이 거장은 젊은이들과 뮤지컬을 하고 있다. 뉴욕에 이어 런던에서도 공연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의 재편집 <지옥의 묵시록>은 8월 15일 미국에서 개봉한다.
칸= 이대현 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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