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Pearl Harbor
감독 : 마이클 베이
출연 : 벤 애플렉, 조쉬 하트넷, 케이트 베킨세일, 존 보이트
분류 : 드라마, 액션
개봉 : 2001. 06. 01
1941년 12월 7일, 일요일의 나른함을 틈탄 일본의 기습공격은 이제 더 이상 미국인에게 ‘비극’이 아니다. 21일 오후 미국 최대의 항공 모함 ‘존 C. 스테니스’호에서 열린 영화 <진주만>(Pearl Harbor)의 초대형 시사회는 개막식부터 미국이 과거를 얼마나 잘 포장해 상업화하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미국에서 25일 개봉(국내는 1일)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벌어진 전세계 기자시사회 및 개봉 이벤트에는 유명 가수와 연예인들이 대거 참석, 축제 분위기를 돋웠다. 그들은 ‘비극’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비극에 어떻게 맞섰는가’를 일종의 축제처럼 드러내고 있다.
영화 <진주만>은 어릴 적 장난감처럼 비행기를 가지고 놀던 두 소년 레이프(벤 애플렉)와 대니(조쉬 하트넷)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두 사람은 육군 항공대에 나란히 입대하지만 진정한 군인의 길을 걷고 싶었던 레이프가 독일군의 우세를 접하고 영국군 파병에 지원하면서 엇갈린 운명을 걷기 시작한다. 시력이 나쁜 것을 눈감아 준 간호장교 에블린(케이트 베킨세일)과 사랑에 빠진 레이프 대신 그녀와 첫 밤을 보낸 것은 형제와 다름없는 친구 대니(조쉬 하트넷)였다. "운명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하는 영웅의 죽음, 그리고 귀환, 엇갈린 사랑과 우정 등 영화는 ‘영웅’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대신 전장에 나선 보통 사람들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하다.
<더 록> <아마게돈>의 흥행감독 마이클 베이의 <진주만>은 같은 소재의 <도라 도라 도라>(1970년)가 보여주지 못한 화려한 볼거리로 중무장했다. 신사참배하듯 전략회의를 하는 일본군, 마치 관객이 전투기에서 떨어지는 포탄을 따라 내려가는 듯한 느낌을 전하는 독특한 시점의 샷, 우주영화에서 광선이 나오듯 포탄의 발사 흔적이 드러나는 가상현실 게임 같은 오락적인 공중 전투신 등 볼거리가 압권이다.
여기에 저공 비행하는 일본전투기가 흐뜨려 놓은 빨랫줄은 영화가 스펙터클과 서정으로 영화에 접근함을 말한다. <포세이돈 어드벤처>를 떠올리게 하는 침몰 전함의 병사들과 그들 발 밑을 상어처럼 지나가는 어뢰 등 볼거리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구식의 로맨스와 멜로가 뒤섞인데다, 스토리가 단선적이어서 때때로 지루하다는 느낌을 주는 영화. 그러나 관객들은 ‘역사의 진실’ 보다는 새로운 화면과 영웅의 탄생 등 ‘즐거운 놀라움’을 선호한다는 점을 이 영화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박은주 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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