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폭군도 은둔자도 아니었다. 자상한 가장이며 다 정한 이웃이었지만 언론에 그렇게 비쳐졌을 뿐이다"
지난 99년 타계한 거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생전 일상생활을 담은 다큐멘터리물이 금주중 출시될 예정이어서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큐브릭의 사촌이자 제작자로 오랜 친구였던 얀 할란이 편집한 `큐브릭, 영상 속에 담긴 삶’은 케이블TV시네맥스를 통해서도 방영될 예정인데, 워너 브라더스사(社)가 큐브릭 영화 컬렉션을 홈비디오로 출시하면서 영화팬들을 위해 내놓은 색다른 선물이다.
70년대초 개봉된 <스팔타커스>로 국내 팬들에게 알려진 큐브릭 감독은 지금까지 시도된 가장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공상과학물(SF) <2001년 오디세이>(1968)를 발표, 영화의 재미와 영상미, 철학적 테마를 결합한 `영화 작가’로 추앙받아 왔다.
그는 유작인 <아이즈 와이드 셧>(1999)과 <롤리타>(1961)를 비롯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도 다수 발표했으며, <시계태엽 오렌지>(1971)와 <샤이닝>(1980)에서는 영화기술사에 남을 실험적 기법을 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계에 남긴 족적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생활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었다. 게다가 여배우와 스텝들을 학대했다든지, 자택정원에서 별 이유없이 보행자를 겨냥해 총을 쐈다든지 따위의 각종 악소문이 언제나 주변을 맴돌았다.
언론은 큐브릭의 호칭 뒤에 `여성혐오주의자’,`속세를 등진 독재자’등의 수식어를 늘 따라 붙였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큐브릭 라이프 다큐멘터리는 그의 신상을 둘러싼 베일을 한꺼풀 벗겨내는 진귀한 영상들로 가득 차 있다.
미망인인 크리스티앤 큐브릭(41)은 "언론이 그를 다그쳐 은둔자의 길로 몰아넣었다"며 "물론 가끔씩 화를 낼 때도 있었지만 분노가 풀리면 언제나 자상한 남편이자 딸들의 아버지였다"고 회고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은둔자라고들 하는데 오히려그 반대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다큐멘터리에서는 큐브릭 감독이 딸의 손을 붙잡고 피아노 레슨을 받으러 가는 일화부터 가족들과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는 파티 모습, 애완동물과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장면 등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특히 그의 어린 시절 모습이나 뉴요커로서의 성장과정, 영국 허트포드셔 교외에서의 말년 등 생활상을 잔잔한 톤으로 그리고 있어 괴팍한 감독으로 알려져 온 큐브릭 감독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설명했다.
다큐물 제작과정에서는 말콤 맥도웰이나 잭 니콜슨, 라이언 오닐 같은 그의 배우들도 작고한 감독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작업에 기꺼이 동참했다. 얀 할란은 "그가성인(聖人)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상상하는 것처럼 기인도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다큐멘터리에도 그의 첫번째, 두번째 결혼이나 부모와의 관계 등은 거의 다뤄지지 않아 그를 둘러싼 미스터리는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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