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의무편성비율을 채우기 위해 공중파 방송사들이 흥행 성공작을 재탕, 삼탕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고전 및 단편 등 비주류 한국영화를 방영하는 프로그램이 잔잔한 호응을 얻고있어 눈길을 끌고있다.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이미 지난 80년대말부터 작품성있는 영화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던 EBS.
지난해 12월 9일부터 시작된 EBS「한국영화걸작선」(매주 일요일 오후 10시 10분)은 50~70년대 한국의 고전영화들을 엄선해 프라임시간대에 방송, 나이든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한국영화의 지나온 발자취를 되새겨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공중파 방송사들이 할리우드는 물론이고 유럽 지역의 고전영화들까지도 앞다퉈 소개하면서, 정작 한국의 고전영화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주 한편씩 우리고전의 향취를 맛볼 수 있게하는「한국영화걸작선」의 가치는 더욱 돋보인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까지 강대진 감독의 <마부>(61년작)를 시작으로 유현목 감독의 <그대와 영원히>(58년작), 임권택 감독의 <망부석>(63년작), 이만희 감독의 <창공에 산다>(68년작), 심우섭 감독의 <팔도며느리>(71년작) 등 모두 30편을 방송했다.
시청률은 EBS프로그램으로는 매우 높은 2%안팎. 제작진은 방송이 나가는 금요일마다 50대 이상의 시청자들로부터 20여통의 감사전화를 받고있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는 이승훈PD는 "잘 몰라서 그렇지 50~70년대에도 현재에 못지 않게 다양하고 흥미로운 영화들이 만들어졌다"며 "이 프로그램이 단절된 한국영화의 전통을 잇는데 한 몫을 담당해주었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99년 5월부터 시작된 EBS「단편영화극장」(매주 일요일 밤 12시 30분)은 국내 공중파 방송사로는 최초로 단편영화만을 전문적으로 방송하는 프로그램으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은 단편영화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를 높이고 영화마니아의 저변을 확대하는데 큰 몫을 했으며, 단편영화작가들에게는 자신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공간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재용, 변혁 감독의 <호모 비디오쿠스>, 봉준호 감독의 <지리멸렬>등 초기단편영화의 대표작에서부터 김진한 감독의 <햇빛 자르는 아이>, 임필성 감독의 <소년기>등 해외영화제 진출작 등이 전파를 타면서 현재는 영화마니아들의 교과서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KBS 1TV 또한 지난 5월 4일부터「단편영화전」(매주 금요일 밤 12시 50분)을 방송하면서 톡톡히 재미를 보고있다. 역시 한국 단편영화만을 방영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심야시간대로는 매우 높은 5% 안팎의 시청률을 줄곧 유지하고 있다.
한국영화의무편성비율을 맞추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마련했던 KBS측은 의외로 높은 시청자들의 호응에 고무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그램의 최수형PD는 "TV가 보급하는 획일적인 주류 대중문화에 염증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찾는 것 같다"며 "무엇보다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과 함께 늘어난, 직접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마니아들이 주요한 시청층"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 vaida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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