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의 사명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음은 알고 있지만 교회에 어려움이 있을 때는 더욱 우리의 무능함을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 하나님께 의지하고 기도하면서 한 목표를 향하여 간구하는 공동체의 모습은 숙연하고 힘이 있어 보인다.
근래에 교회가 곤경에 처한 일이 있어서 40일 연속 금식기도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한분씩 하루를 맡아 하는 금식기도회에 이름을 적고 하루 이틀 기다리는 사이에 내 차례가 온 것이다. 그나마 40일 새벽기도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자위하면서 새벽에 잠을 깨 사명감을 가지고 기도를 드리고 날이 훤히 밝아 밖에 나와 물을 주는데 알맞게 자란 애기호박이 어찌 그리도 예쁜 모습, 고운 빛깔로 싱싱하게 달려 있는지. 따서 된장찌개를 끓이면 맛이 그만 이겠는데 하필이면 오늘이 금식 날이란 말인가? 아쉬움을 간직하면서 하루 일정을 점검해 볼수 밖에.
점심때가 가까워 오면서 다시 한번 바람을 쏘이며 주위를 돌아 보는데 옆집에서 넘어온 무화가 나무에 정말 잘 익은 큼직한 무화가 하나가 나를 쳐다 보고 있었다. 무심결에 긴 막대기를 들고 톡톡치니 툭하니 잔디밭에 떨어지는데, 잘됐다 싶어 손으로 줍고보니 아뿔사! 저녁 8시까지 기다려야 할 것을 생각하니 까마득 하기만 하다. 그래도 오후에 직장엘 가니 바쁘면 배고픈 것도 잊어 버리겠지 체념을 해본다.
저녁 6시, 언제나 신나는 나의 밥먹는 시간이다. 그런데 오늘은 2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니 2시간이 10시간 보다 더 지루하기만 하고 훈련이 안된 나의 몸과 마음에 실망이 가득할 뿐이다.
고난을 극복하신 예수님과 베드로, 사도바울, 그리고 수많은 순교자님을 새삼 존귀히 여기는 마음이 생기니 오늘의 소득이랄까.
“주님 죄송합니다. 그래도 염치없이 기도하오니 우리 교회의 소원을 들어 주소서” 하고 하루 금식기도의 끝맺음을 해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