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지에 적힌 성명과 전화번호가 우울한 내 기분을 밝은 빛으로 이끈다. 얼굴엔 금방 미소가 번진다. K 선생님은 항상 좋은 말씀만 해 주신 분이다. 오늘도 내가 외출한 사이 전화를 주셨다면 틀림없이 내 마음을 기쁨으로 떨게 하실 것이다. 밤 열시면 아무리 급한 용무라도 전화를 걸 편안한 시간은 아니다. 내일 통화를 하리라 망설이다 그냥 실례를 하고 싶다. K 선생님은 넉넉하게 이해하실 것이다. 더구나 밖에서 구겨져 돌아온 내 기분을 다림질 해주시기에 꼭 맞는 분이다.
K 선생님과의 만남은 1997년 초겨울 시 낭송 모임에서였다. 그 때만 해도 난 대책 없는 문학소녀였다. 옛날 단발머리 적 마음에 나이만 들어버린 아줌마란 표현이 제격이겠다.
마음은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써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곤 했다. 그래도 분수를 모르고 몇 차례나 시 낭송 모임에 참가를 했었다. 그렇게 해서 K 선생님도 만났다.
K 선생님은 글을 쓸 소질이 보인다며 몇 편이던 쓰는 대로 보내주면 보아주시겠다고 했다.
아울러 글공부하는 모임을 소개하시며 공부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동안에 한 가닥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져 온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을 현실에서 이룰 수 있게 도와주신 K 선생님을 생각하는 순간이면 난 행복함을 느낀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항상 용기를 주신다. 열심히 하라고. 많이 좋아졌다고도 하신다. 그 자리에 머물지 않도록 길도 열어주신다. 글이란 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독자가 읽어줘야 한다. 독자를 만나게 도와주시기도 한다.
그러면서 나는 나를 돌아본다. 나는 어느 누구에겐가 이렇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 보았는가? 돈이 드는 일도 아니고, 시간이 따로 드는 일도 아니건만 한마디 용기를 주는 말을 얼마나 아끼면서 살았나. 칭찬에 인색했던 나의 습관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어두운 길을 홀로 가게 했을까. 부끄러워진다.
K 선생님의 지나치는 듯한 칭찬 한마디에 잠자던 나의 글 쓰기 재주가 기지개를 켰다. 정신 바짝 차리고 맑은 정신으로 깨어 있으라고 가끔 전화도 주시고 예쁜 카드도 주시며 계속 용기를 주신다.
내가 사는 이 세상이 K 선생님으로 가득 찼으면 좋겠다. 나도 K 선생님이 되고 싶다. 혼자 차지하려고 남에게 일절 기회를 알려주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 자신이 어렵게 얻은 것이면 구태여 남에게 쉽게 가도록 일러주지 않는다. 너도 네 힘으로 찾아서 가라고 고개를 돌려버리는 것이 세상 인심이다.
늦은 밤 전화를 해도 마음 넉넉하게 받아주시는 K 선생님께 밝은 웃음 한 다발, 진정으로 감사함을 대신해서 드리며 나도 K 선생님이 되고자 마음 다잡아 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