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잠시 소강 상태에 들어가 땡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2일 강릉의 옥계항. 시멘트를 운송하는 항구로 이름난 이 곳에는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법한 거대한 시멘트 저장소가 바다를 위협하듯 우뚝 솟아있다.
강우석 감독의 신작 ‘공공의 적(公共의 敵)’촬영장. 제작진은 촬영을 위해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인근 항구를 통째 전세냈다.
강감독을 3년 만에 현업으로 끌어들인 ‘공공의 적’은 그의 장기인 형사물로,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악질 형사와 사실 그보다 더 악질인 살인범과의 한판 대결이 기둥 줄거리.
설경구가 형사 `강철중’으로, 이성재가 살인범 `조규환’으로 나온다. "캐릭터에 끌려 메가폰을 잡았다"는 강감독의 말에 따르면 두 사람은 대략 이렇게 묘사된다.
"단서나 물증으로 수사를 해나가는 기존 형사와 달리 `강형사’는 `저 놈이 범인같아’라고 동물적 감각으로 찍은 뒤 범인으로 몰고가는 스타일이다. `조규환’은 건강에 해롭다며 담배피는 것을 혐오하는데, 천역덕스럽게 살인을 한 뒤 헬스를 하기도 한다. 관객들의 입에서 `저런 쳐 죽일 놈’이란 소리가 나올 정도로 만들 거다."
말라서 날카롭게 보이던 설경구는 과거 복서 출신이자 `자기 자신을 함부로 하는’ 형사역을 위해 몸무게를 7㎏나 늘려 이젠 배가 제법 나온 아저씨가 다 됐다.
그는 진중맞은 장면에서 관객의 웃음을 이끌어내야 하는 중요 임무를 짊어졌다.
이런 식이다. 동료가 자살한 것을 본 뒤 미친 듯 울부짖다가도 한 마디 대사가 골때린다. "씨발, 차비도 없는데 죽긴 왜 죽어..." 설경구의 연기를 지켜본 강감독은 `그를 만나 행복하다’고 했다.
이 날 촬영 장면은 영화의 도입부로, `비리형사’인 송형사(기주봉)와 강형사가 강원도에서 마약조직을 소탕한 뒤 서울로 돌아오는 길.
강형사가 잠시 볼일을 보던 중 차에 남아있던 송형사가 자신의 비리에 대해 경찰청이 내사에 착수했다는 전화를 받고는 고민 끝에 권총 자살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어쩐일인지 얼굴이며 팔,다리가 벌겋게 달아오를 대로 오른 강감독과 스태프들은 죄다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우울한 분위기가 나와야 하기때문에 구름이 해를 가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날씨가 너무 좋은 게 되레 탈이었다.
"구름 온다. 빨리 준비해!" 강감독의 목소리에 갑자기 힘이 들어간다.
한 켠에는 중견배우 기주봉과 똑같이 생긴 상반신 마네킹이 놓여있다. 기주봉이 자살한 뒤 피를 흘린 채 앉아있는 모습을 위해 제작됐는데 실물과 거의 흡사해 내막모르는 구경꾼들은 두 명의 기주봉을 보고 어리둥절해 했다. ‘텔미섬딩’의 시체를 만든 특수분장가 신재호씨의 솜씨다. 뿐만 아니다. ‘공동경비구역JSA’로 대종상 촬영상을 수상한 김성복 촬영감독과 정두홍 무술감독, 프로덕션 디자이너 최병근 교수등 최강의 `드림팀’으로 스태프를 꾸렸다.
이날 촬영은 구름 기다리랴, 특수 분장하랴 이런저런 이유로 새벽 5시부터 시작돼 오후 8시까지 이어졌다. ‘공공의 적’은 내년초 개봉하며, 제작비는 25억원 안팎이다.
(강릉=연합뉴스) 조재영기자 =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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