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3일 한국은 IMF(국제통화기금) 지원자금 전액을 상환함으로써 IMF 관리체제에서 완전히 졸업하였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로 촉발된 국가 부도사태(moratorium)를 방지하기 위하여 IMF 관리체제로 들어간 후 불과 3년8개월만에 IMF 구제금융을 만기보다 3년이나 앞당겨 전액 상환하였다고 한다.
또한 외환위기 당시 39억달러에 불과하던 외환 보유액이 IMF 차입금을 모두 상환하고도 세계 5위 수준인 1,000억달러로 증가하였다고 하니 그동안 한국이 이룩한 업적은 실로 놀랍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IMF 자금 지원을 받은 여러 나라 중 한국이 가장 먼저 IMF 관리체제를 종료하였으며 지금까지 IMF 구제금융을 받은 전 세계 많은 나라 중에서도 불과 4년 이내에 IMF를 졸업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하니 국가위기 상태를 가장 잘 극복한 모델 케이스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비록 IMF 관리체제에서 완전히 졸업하였다고 하나 졸업(graduation)의 의미가 시작(commencement)이라는 뜻도 있는 바와 같이 한국은 IMF 졸업을 새로운 시작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본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볼 때 IMF를 성공적으로 졸업한 후 경제 사정 악화로 다시 IMF 관리체제로 재진입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으므로 지금 한국이 자만에 빠져있을 상황만은 아니라고 본다. 한국은 아직도 해외 채무가 1,300억달러에 달하고 있고 이중 단기 채무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볼 때 외환 보유고가 비록 1,000억달러에 달하고 있어도 외환 위기는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요즈음 한국은 내외의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사정의 악화, 정보기술 산업의 급속한 퇴보 그리고 중국의 경쟁력 급신장 등으로 수출환경이 어려워지고 있어 경상수지 흑자폭이 감소하고 있으며 국내 산업의 구조조정 지연으로 해외의 국내 투자 여건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금이 한국에는 절호의 기회임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중국 경제의 도약이 한국 경제에 큰 위협이 되고 있으나 중국의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에 따른 거대한 중국시장의 개방, 올림픽 유치에 따른 특수 등 한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정보 통신 산업을 비롯한 선진 기술 분야에서 한국과 경쟁하고 있는 일본이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감안하면 한국이 비교우위의 경쟁력이 있는 산업을 특화하여 선택과 집중의 논리를 잘 이용하면 한국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국제적 여건은 매우 좋다고 사료된다.
한국은 IMF 관리체제에서 벗어난 지금을 재도약의 시작으로 삼아 국가가 부도의 위기까지 몰리게 된 원인이 무엇인가를 분석하고, IMF 관리체제를 단시일 내 졸업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이었던가를 면밀히 검토하며 앞으로 한국에 다가올 기회를 어떻게 최대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성장 전략을 잘 수립하면 한국의 장래는 매우 밝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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