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가주 포르투갈촌 스티빈슨, ‘벨크로 투우’ 인기
세계적으로 투우가 성행하는 나라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멕시코 정도다. 특히, 미국에서 투우가 행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의 스티빈슨, 구스틴, 손톤 같은 포르투갈계 타운들에서는 여름철마다 투우가 성행하고 있다. 이들 타운에서 5월부터 9월까지는 ‘피에스타 브라바’라고 불리는 투우시즌이다.
수천명의 포르투갈계 미국인들이 즐기는 이 투우는 종교적 제의와 관련되어 있다. 이들 포르투갈계는 포르투갈의 아조레스 군도 출신 이민자들이다. 아조레스는 포르투갈 본토에서 약 740마일 떨어진 대서양상에 흩어진 9개 섬으로 구성된 군도이다. 이들에게 벨크로 투우는 아조레스 제도의 시골마을에서 조상대대로 전승돼 내려온 민속의식 및 종교제전과 관련되어 있다. 아조레스에서는 여름철마다 성령강림절 축제가 열렸는데, 이 축제의 피날레가 투우였다.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성행하는 투우는 전형적으로 월요일 밤에 열린다.
투우가 열리기 전에는 성령강림과 관련된 미사들, 민속축제들, 종교적 의식들이 따로 거행된다.
남가주 대학의 포르투갈 연구센터 소장 엘만도 코스타는 이렇게 분석한다.
"아조레스 사람들에게 투우는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그 무엇이다. 이것은 종교의식이자 사회적 이벤트이다. 이를 계기로 평소 떨어져 살았던 사람들이 공동체적 유대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즐기는 투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본격적 투우와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난다.아조레스계 투우사인 데니스 보르바가 투우하는 장면을 한 번 살펴보자.
그는 중량 수천 파운드나 되는 살아있는 황소와 맞서지만, 그의 손에는 투우사의 상징인 칼이 들려져 있지 않다. 어깨에 망토도 걸치지 않았다.
그 대신, 황소의 어께에 벨크로라는 가죽망토가 걸쳐져 있다. 보르바는 황소를 칼로 찔러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황소가 걸친 망토에 다트를 쏘아 붙인다. 이것이 바로 피를 흘리지 않는 포르투갈의 전통투우 장면이다.
이 투우에는 또한 8명으로 구성된 젊은이 팀이 황소 한 마리와 맞서서 힘겨루기를 하는 황소레슬링 게임도 포함된다. 이 투우게임에서 사람들은 황소를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지만, 피를 흘리거나 죽여서는 안된다. 가히 캘리포니아판 투우라 할 만하다. 벨크로 투우는 동물보호론자들과 캘리포니아주 법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절충형 투우이기도 하다.
스페인이나 멕시코에서 행해지는 황소를 죽이는 투우는 미국에서 불법화되어 있다. 캘리포니아 주는 일찍이 1957년, 모든 형태의 투우를 불법화시켰다. 그러나, 주내 최대의 투우중심지였던 구스틴 시민들이 로비를 벌인 끝에, 주의회는 축제나 종교의식과 관련된 포르투갈 스타일의 투우를 허용했다.
여름시즌에 20여차례 벌어지는 벨크로 투우는 그동안, 캘리포니아의 포르투갈계 미국인 커뮤니티 외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 포르투갈계 커뮤니티는 인구가 약 35만에 달하고, 그 대부분은 목축업, 식품업 및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들 중 일부는 멀리 LA에서 작은 시골마을 스티빈슨까지 원정오기도 한다.
여름철 스티빈슨 투우장에 들어서면 포르투갈 아조레스 군도의 전통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 투우장은 수용능력 약 3,000명으로 허름한 마이너리그 야구장을 연상케 한다. 투우장 안에서는 수십명의 여인네들이 아조레스 전통 앞치마를 두르고 돼지갈비 및 전통 샌드위치를 요리한다. 와인과 마늘 냄새가 코에 진동한다.
투우사 보르바는 미국인으로서는 현역으로 활약중인 유일한 투우사이다.
그의 아버지 프랭크 보르바는 캘리포니아 벨크로 투우의 개척자였다. 그는 1980년, ‘캄포 브라보’라고 이름붙인 1,200석 규모의 포르투갈 스타일의 투우장을 건설했다.
오늘날, 이곳에서 황소와 맞서는 투우사들은 대부분 포르투갈이나 멕시코에서 날아온 직업 투우사들이다. 이들에 비하면 보르바는 신참내기 투우사다. 그는 캘리포니아 시골에서 UHF 채널을 통해 티화나에서 벌어지는 심야투우 중계를 보며 성장했다. 나중에 그는 멕시코에 건너가 8년 간 견습기간을 거친 후 정식 투우사가 되었다. 보르바는 부족한 수입을 할리웃에 가서 스턴트맨 활동을 통해 보충한다.
아조레스 포르투갈인들이 미국으로 대거 이주한 것은 1970년대,
아조레스 군도에서 일련의 화산이 폭발한 후였다. 이들은 캘리포니아를 아조레스 군도의 열번째 섬으로 불렀다. 이때부터 황소사육자들은 멕시코에서 순종 투우용 황소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황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영리한 동물이다.
"한번 투우장에 나간 황소는 다시는 싸우려 하지 않는다. 기억력이 있기 때문이다. 황소는 매우 영리한 동물이다"
보르바는 말한다.
일단 투우장에 나간 황소의 운명은 다음 몇가지로 갈린다.
가장 튼튼한 황소들은 종자용으로 사육된다. 나머지는 로데오 경기용으로 팔리거나, 아니면 도살장에 보내진다.
최근에는 벨크로 투우가 미국내 다른 지역들로 확산되는 조짐도 보인다.
지난해 여름에는 캔사스주 아칸사스 시티에서도 투우가 열렸고, 샌디에고에는 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최초의 투우학교가 개설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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