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규(38)가 감독으로 돌아온다. ‘쉬리’ 이후 2년 만이다. “이제는 작품에 전념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쉬리’가 한국영화에 ‘블록버스터’란 새로운 역사를 열고, 그 길 위에 ‘공동경비구역 JSA’ 와 ‘친구’가 지나갈 때 강제규 감독은 또 다른 길을 닦고 있었다.
한국영화산업 시스템 구축. 이것이 없으면 ‘쉬리’도 결국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배급시스템(주공공이 극장)을 갖추고, 컨텐츠 사업(인터넷방송국ICBN)을 확장하고, 영화장비 공급(제니트영상)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놓고, 연예 매니지먼트회사(싸이클론)를 만들어 영화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했다.
강제규 감독은 그것이 영화 만드는 일보다 몇 배는 더 힘들었다고 했다. 영화를 아는 사람은 인식이 부족하고, 그런 분야 경영에 재능이 있는 사람은 영화를 모르는 열악한 인력구조 때문이었다.
“그래서 시작은 내가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자체적인 자생력이 생긴 만큼 가장 필요하고, 절실한 양질의 영화제작에 전념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삼성영상사업단 출신의 최진화(48)씨를 강제규필름 대표이사로 영입하고 그는 그냥 ‘감독’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시나리오 작업 중인 2개의 블록버스터(제목 미정)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2,000만 달러(약 260억 원)짜리 전쟁영화와 최대 5,000만 달러(약 650억 원)규모의 SF물. ‘쉬리’의 20억 원과는 비교도 안 되는 대작이다.
전쟁영화는 강제규 감독이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장르. “한국전사상 최대 격전지에 참가했던 한 병사의 영웅담을 담아보고 싶다”고 했다.
제작규모를 감안할 때 당연히 일본 미국과 합작으로 추진된다. 그것은 강제규 감독 혼자만의 ‘꿈’이 아니다. 이미 일본 후지 TV, 포니콰논과 미국콜롬비아 등과 협의가 계획돼 있다.
SF물 역시 미국 메이저사와 합작 투자를 추진 중이다. 합작 규모에 따라 할리우드스타 기용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둘 중 어느 것이 먼저 촬영에 들어갈지는 “연말 시나리오가 탈고되는 시점에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한다.
강 감독은 두 작품을 통해 또 하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겠다고 말한다. 그 새로운 가능성이란 바로 ‘해외와 합작, 세계 배급’이다. “좀더 큰 시장에서 내 역할이 가능한가에 대한 도전인 셈이다.”
가장 궁금한 ‘쉬리2’는 어떻게 되는 걸까. “현재 한일합작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다. 1편보다 스케일이 크며, 국제첩보전을 다룬다”고말했다. 감독은 10월 초에 결정된다. 위의 두 작품과 겹쳐 다른 감독이 메가폰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쉬리2’ 뿐만이 아니다. 강제규 필름은 올 하반기에만 ‘오버 더 레인보우’(감독 안진우), 50억 원짜리 해양 블록버스터 ‘블루’(감독 이정국).
멜로물 ‘화성으로 간 사나이’(감독 김정권), 스릴러‘페이스’(감독 박철희) 등 4편의 촬영을 시작한다.
내년에도 강제규 감독 자신의 영화 2편을 포함해 8편이 잡혀있다. 자체 제작과 그동안 취약했던 외부제작사와의 연결고리도 그만큼 안정화됐다는 증거이다.
“물론 강제규 필름의 영화가 모두 강제규 감독의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관객은 그런 기대를 한다.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고마운 일이다. 보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긴장과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이대현 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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