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사회의 경험이 깊은 사람일수록 미주 한인 이민사회가 한국사회보다 더 한국적이고 더 보수적이라는 말에 수긍한다.
한국사회가 점점 더 피자나 햄버거 가게를 늘려 가는 동안, 이민사회에서는 여전히 순두부집, 칼국수집이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사실 별로 나쁘지 않다.
한국사회에서 신세대 랩 음악을 선호하는 인구가 늘어가는 동안, 이민사회에서는 태진아 송대관 같은 구세대의 트로트 가수들이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기호의 차이로 보일 수 있다.
지난 60년대 70년대를 그리워하는 한인들의 향수적인 성향은 민족애를 더 높일 수도 있고 한국인들이라는 유대감을 더 강하게 하는 도구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이민 100년을 앞둔 이 시점에서 한인들은 미주 한인사회가 이대로 좋은가를 평가해볼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한인들이 지난 한 세기간 이루어놓은 업적은 아무리 높이 자찬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많은 한인들이 세탁소, 편의점 등의 영세사업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소수민족으로서 무시하지 못할 경제력, 정치력, 그리고 교육적 힘을 형성했다. 강한 정신력으로 이질적인 미국문화에 뿌리를 내린 이민 초기의 한인들의 공로와 업적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민 초기의 한인들에 있다기보다는 이민생활이 뿌리를 내려가면서 변화하기를 거부하는 경직된 태도에 있다고 본다. 초기의 성공을 발판으로 다문화, 다인종 사회의 접촉을 통해 변화를 도모하려는 노력 대신 이민사회의 울타리 안에 안주하려는 태도다.
지구상의 어느 사회든지 급격하게 국제화되는 물결 속에 놓여 있고,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간에 국제적인 흐름에 대처해야 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 그런데 이민사회의 한인들은 국제적인 흐름 안에서 살아가면서도,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그 흐름 속에 동화되고 변화하기를 거부하며 고립된 사회를 만들어 왔다. 한인들과 대화를 해보면 사고와 생활이 얼마나 미국의 일반적인 문화와 고립되어 있는가를 쉽게 알 수 있다.
한인사회가 사회적 자폐증에 걸려 있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다인종, 다문화의 미국 환경과 접촉하면서 변화하기를 거부하는 한 이민사회는 한인들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남성들은 한국적 유교적 권위주의에 여전히 호소할 것이고, 이것은 여성들과 어린이들 뿐 아니라 남성들 자신의 건강하고 창조적인 발전에도 장애가 된다. 세대차이는 정도 이상으로 더 벌어질 것이고, 아내들은 가정생활에 불만을 갖게 된다.
종교계도 타종교, 타문화, 타인종에 대해서 배타적인 태도로 신자들을 인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종교에 한인들을 영원히 붙잡아두려는 자아도취적 종교를 실천하고 있다. 그 결과 이민사회 한인들의 정신적 건강이 심각하게 우려된다.
보수적인 이민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은 자신들이 한국사회의 여성들보다 더 전통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도 못한다. 여성들의 문제는 여전히 사회적인 문제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여성 개인차원의 문제로 남는다.
이제 한인이민사회는 전체적으로 새로 태어나는 꿈을 꾸어 볼일이다. 사회전반에 걸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할 때라고 본다. 한인사회의 지도자들, 언론인들은 물론, 종교인들 그리고 문화계 인사들이 구조조정에 앞장서서 한인사회가 변화와 개방을 향해서 새롭게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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