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승 남았다. 디펜딩 챔피언 뉴욕 양키스가 숨막히는 위기를 딛고 월드시리즈 고지에 한걸음 앞으로 다가섰다. 올해 정규시즌 최다승(116승)에 빛나는 시애틀 매리너스는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4차전에서 손안에 넣은 듯한 승리를 놓치는 바람에 1승3패, 한번만 더 지면 또다시 WS 무대를 구경조차 하지 못할 벼랑끝으로 밀려났다.
마무리도 양키스다웠다. 질 때는 미련없이 지고(3차전) 이길 땐 꼭 필요한 만큼만 점수를 내 이기고(4차전), 홈런으로 선취점을 내준 뒤 보란 듯이 홈런으로 동점과 결승점을 뽑아내고, 그것도 9회말에 터진 한방, 게다가 ‘세이브의 달인’ 가즈히로 사사키를 주저앉힌 한방….
▲4차전(21일) 양키스 3-2 승
0 0 0 0 0 0 0. 스코어보드엔 매리너스몫 위칸도 양키스몫 아래칸도 7회까지 0 이외엔 아무숫자도 끼어들지 못했다. 양키스 선발 로저 클레멘스와 매리너스 선발 폴 애봇의 팽팽한 투수전으로 시작된 0의 행렬은 불펜투수들이 투입된 뒤에도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이런 게임일수록 큰것 한방 아니면 작은 실수 하나에 와르르 무너지는 법. 팽팽한 균형을 먼저 무너뜨린 쪽은 매리너스였다. 8회초. 브렛 분의 선제 솔로홈런.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양키스 홈런포의 잠만 깨운 셈이 됐다. 8회말. 전날 3차전에서 1회말 투런홈런을 치고도 팀 패배로 웃지 못했던 버니 윌리엄스가 승리굳히기를 위해 투입된 좌완투수 아서 로즈의 공을 통타, 펜스까지 달려간 우익수 이치로 스즈키가 뛰어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그저 바라만 보는 동점홈런을 쏘아올렸다.
시작한다 싶었을 즈음 금방 끝나버린 매리너스의 9회초 공격이 지나고 9회말. 마운드엔 최후의 소방수 사사키. 그러나 달아오른 양키스 홈런포를 잠그기엔 사사키도 역부족이었다. 그가 뿌린 공이 스트라익존 가운데를 스치는 듯 몸쪽으로 휘어지는 찰나 힘껏 걷어올린 알폰소 소리아노의 방망이에 쾅, 퉁겨올라간 공은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펜스 너머 관중석에 정통으로 꽂혔다. 게임은 끝이었다.
▲3차전(20일) 매리너스 14-3 승
양키스로선 1패는 참을 수 있어도 14실점은 도무지 믿을 수도 참을 수도 없는 것이었다. 양키스의 오프시즌 최다실점에 최다점수차 패배였다. 게다가 2대0으로 앞서나가다 당한 역전패였으니.
양키스 라인업을 탓하기에 앞서 매리너스 선수들의 선전이 눈부셨다. 특히 마흔을 눈앞에 둔 매리너스 선발투수 제이미 모이어는 1회말 버니 윌리엄스에게 불의의 2점짜리 홈런을 맞은 것을 빼놓고는 흠잡을 데 없는 노련한 피칭으로 양키스 타자들을 요리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에서 거둔 2승을 포함,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만 3승을 거두며 매리너스가 올 가을PO농사에서 수확한 4승중 3승을 혼자 엮어내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잔 올러루드·브렛 분 등 PO들어 기대보다 못미쳤던 타자들도 간만에 응집력있는 방망이솜씨와 베이스러닝으로 양키스 격파에 힘을 보탰다. 올러루드는 2대2 동점에서 맞은 6회 솔로홈런을 뽑아내 이번 ALCS 처음으로 매리너스가 양키스를 스코어상으로 앞서게 하는 ‘전기’를 마련했고 분은 홈런 포함 5타점을 올리며 정규시즌 MVP 후보다운 저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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