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별 리베라, 새별 김병현
▶ 월드시리즈 마지막 향방, 두 사나이 마무리에 달렸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뉴욕 양키스가 격돌하는 올해 월드시리즈의 판도는 불펜대결에 의해 결정 날 가능성이 높다. 초특급 원투펀치(커트 쉴링, 랜디 잔슨)를 앞세운 D백스나 4명의 에이스(마이크 뮤시나, 앤디 페팃, 로저 클레멘스, 올랜도 허난데스)를 보유한 양키스의 선발투수진은 쉽게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만약 양팀 선발들이 기대만큼만 던져준다면 승패 결정은 구원투수들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 유력하다.
양팀 불펜을 비교하면 양키스가 우세하다. D백스는 최후 수문장 김병현(22)으로 갈 때까지 믿을만한 중간계투요원이 거의 전무한 실정인 반면 양키스는 철벽 클로저 마리아노 리베라 앞에 마이크 스탠튼, 라미로 멘도사 등 믿음직한 셋업맨이 포진해 있다. 이 때문에 경기가 중반부터 불펜싸움으로 전개되면 십중팔구 양키스가 이긴다. 양키스는 선발투수가 6회까지만 막아줘도 ‘Mr. 오토매틱’ 리베라까지 연결해주는 셋업맨 진용이 탄탄하기에 별 문제가 없지만 D백스 셋업맨들은 마운드에 올랐다하면 얻어터지고 들어온다는 느낌이 들만큼 전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클로저 김병현까지 바통터치가 잘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D백스는 완투능력에서 전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걸출한 두 에이스가 있기에 희망이 있다. 이들이 양키스를 상대로 완투는 못하더라도 최소 7회에서 8회까지만 버텨준다면 중간계투없이 곧바로 클로저 김병현을 투입하는 필승카드로 승부를 걸 수 있다. 그렇기에 ‘한국형 핵잠수함’ 김병현이 이번 시리즈의 열쇠로 강하게 부각되고 있는 것. D백스는 쉴링과 잔슨이 나설 4게임에서 최소 3승은 거둬야 승산이 있는데 아무리 쉴링과 잔슨이라도 끈질기고 노련한 양키스 타선을 상대로 완투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이들 등판경기의 승리를 김병현이 지켜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병현은 특이한 투구모션과 위로 솟구쳐 오르는듯한 커브(업슛), 그리고 언더드로 투수로서 보기 드물게 빠른 최고시속 93∼94마일의 직구로 인해 양키스처럼 그를 처음보는 타자들로서는 공략하기가 극히 어렵다. 문제는 김병현이 이제 겨우 22살의 포스트시즌 초년병인 반면 양키스 타자들은 대부분 30대중반의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으로 빅게임에서 상대투수를 심리적으로 위압하는데 일가견을 가진 선수들이라는 것. 월드시리즈라는 최고의 무대와 양키스라는 명성에 위압당하거나 긴장하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위험성이 잠재해 있다. 지금까지 그 어느 상황에서도 별로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김병현이 궁극적인 최고무대에서도 그 배짱과 용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가 성패를 판가름할 것이다.
김병현에게 중요한 것은 카운터파트인 양키스의 특급소방수 리베라와 정면대결을 의식하지 않는 것. 리베라는 이미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역사상 최고 클로저로 공인받은 수퍼스타다. 주무기는 시속 97마일에 달하는 컷 패스트볼(일명 커터). 구질이 딱 하나뿐이지만 지난 수년간 포스트시즌에서 그의 커터를 제대로 방망이에 맞춘 타자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플레이트에서 최고 8인치까지 움직이는 이 볼은 지금까지 수많은 배트를 산산조각 냈다. 일단 그가 마운드에 올라오면 승부는 끝났다고 봐도 된다. 이제 겨우 포스트시즌 커리어를 시작한 김병현이 구원투수의 ‘지존’ 리베라와 마무리대결을 염두에 둔다면 이는 실패를 불러들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김병현의 상대는 양키스 타자들이지 리베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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