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적같은 승부열전 7부작 월드시리즈2001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명승부 제97회 월드시리즈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새 챔피언으로 등극시키고 막을 내렸다. 지난 96번의 월드시리즈에서 26번이나 우승한 전통의 명가로 타이틀 4연패를 노렸던 뉴욕 양키스의 ‘마법’이 창단 4년의 신출내기 D백스의 독침에 풀리고 말았다. 승패를 떠나 이번 시리즈는 스포츠의 묘미와 진수를 극명하게 보여준 드라마중의 드라마였다. 야구팬뿐 아니라 야구와 담을 쌓고 지냈던 아주머니들까지 야구팬으로 끌어들이며 환호와 열광으로 몰아넣었던 이번 월드시리즈. 그 흥행 대박의 요인들을 짚어보면서 되새김질을 해도 여전히 뜨거운 그 때의 감격을 돌아본다.
◇9회말 투아웃 뒤 뒤집기
어떤 소설이나 영화가 이보다 더 극적일 수 있을까. 영화각본이었다면 너무 상투적이라고 할리웃에서도 퇴짜 당했을 극적인 시나리오가 한번도 아니고 7게임에서 3번이나 쏟아져 나왔으니 말이다.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란 말과 ‘완전히 끝나기 전에는 끝난 것이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란 말이 이번처럼 실감난 적이 없었다.
◇전통의 명가와 신생팀
양키스는 98년의 역사속에 26번이나 패권을 차지한 자타공인의 스포츠계 최고 명문구단인 반면 D백스는 이제 창단 4년에 월드시리즈에 첫 출전한 신출내기였다. 타이틀 4연패이자 6년간 5번째 우승을 노렸던 양키스는 우승이 무엇인지를 아는 진정한 프로페셔널들의 집결체였고 D백스는 우승경험은 없어도 이기는데 무엇이 필요한지를 아는 백전노장 베테런들이 똘똘 뭉친 팀이었다. 지난 9월11일 사상 최악의 테러공격을 받은 뉴욕은 양키스의 우승으로 상처받은 마음이 조금이나마 위로받기를 원했고 프로스포츠 역사상 단 한번도 우승의 감격을 느껴보지 못한 애리조나주는 D백스가 그 갈증을 종식시켜주기를 열망했다.
◇잔슨-실링 황금 원투펀치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이번 시리즈를 진정한 꿈의 대결로 만든 것은 D백스의 황금 원투펀치 커트 쉴링과 랜디 잔슨의 존재였다.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는 양키스도 떨지 않을 수 없었던 공포의 쌍두마차 원투펀치인 이들은 끝내 명성에 걸맞는 일생일대의 퍼포먼스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공동 MVP로 꼽혔다. 믿을만한 차선책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인 줄 알면서도 투지와 결의로 몸을 던져 마운드를 지키는 이들의 모습은 팀메이트들에게 끝까지 포기할 수 없다는 불굴의 의지를 심어줬고 결국은 9회말 역사상 가장 위대한 포스트시즌 클로저 마리아노 리베라를 상대로 꿈같은 역전드라마를 일궈내는 원동력으로 연결됐다.
◇아! 김병현
하지만 그 모든 것에도 불구, 김병현(22)을 제쳐놓고 이번 월드시리즈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한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오른 김병현은 4, 5차전에서 잇달아 9회말 투아웃에 동점 투런홈런을 맞고 다잡은 승리를 날렸으나 팀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는 바람에 엄청난 짐을 벗었다. 이제 겨우 22살에 불과한 김병현은 팀의 역전극으로 인해 최악의 비운에서 재기할 기회를 얻었고 오히려 이번의 잊지 못할 경험을 성장의 귀중한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게 됐다.
정말 다시 보고 싶은 명승부다. 할 수 있다면 앙코르를 신청할 텐데. 물론 9회말 투아웃 홈런은 사양하고 말이다. 그게 빠지면 드라마 재미는 덜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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