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28)와 주진모(27)는 영화 ‘무사’를 기점 삼아 엇갈린 길을 택했다. ‘무사’ 팀으로부터 끈질기게 출연 제의를 받았지만 결국 고사한 이정재는 액션을 하고 싶어서 ‘흑수선’을 택했고, 주진모는 이정재가 빠진 ‘무사’에 들어가 고생한 뒤 멜로 영화를 하고 싶어 ‘와니와 준하’를 골랐다.
▲이정재- 액션의 갈증을 풀고 싶었다
’흑수선’ 시나리오를 본 이정재는 제작자와 배창호 감독에게 먼저 출연하고 싶다고 어필했다. 그만큼 액션 영화에 몸이 달아(?) 있었던 것. 당시 충무로에는 ‘그에게 총만 쥐어주면 캐스팅 할 수 있다’는 우스개까지 나돌았을 정도다.
’무사’도 웅장한 액션 드라마였지만 아무래도 ‘이재수의 난’의 흥행 악몽 때문인지 그는 끝까지 갑옷 입기를 거부했다. 덕분에 배창호 감독은 이정재를 가장 먼저 캐스팅 할 수 있었다. ‘흑수선’에서 그가 맡은 오형사 역은 단순한 형사가 아니다.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탐내는 ‘텔미 썸딩’에서의 한석규 같은 역이다.
하지만 모범 형사는 아니다. 일곱 자로 묻고 ‘예’라는 한 글자 대답을 강요하는 등 ‘껄렁껄렁’한 캐릭터다. 단순히 총과 주먹만 열심히 휘두른다고해서 멋진 액션 연기가 되는 건 아니다. 관객과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키 맨이 진정한 액션의 참 맛이다. 바로 오형사가 그런 역이다.
이정재는 ‘흑수선’에서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 수사와 동시에 반세기의 비밀까지 함께 헤쳐 나간다. 그는 수사 도중 우연히 한국전쟁 당시 남로당 빨치산들이 살인 사건에 연루돼 있음을 알게 되고 거제와 일본 미야자키를 부지런히 뛰어 다닌다. ‘흑수선’ 때문에 구두 두 켤레가 닳았을 정도다. ‘흑수선’ 관람은 이정재와의 흥미진진한 시간 여행인셈이다.
배창호 감독은 11일 부산 남포동 ‘흑수선’ 야외무대에서 “정재가 너무 준비를 해 오는 바람에 혼을 많이 냈다”고 말했다. 예습(?)에 철저했을 정도로 이정재는 오형사역에 흠뻑 빠져 있었다. 16일 개봉.
김범석 기자kbs@dailysports.co.kr
▲주진모- 멜로 갈증을 풀고 싶었다
’무사’를 끝낸 주진모에게 ‘와니와 준하’는 적시에 찾아온 기회였다. 멋진 갑옷을 입고 남성적인 힘과 매력을 한껏 뽐냈던 ‘무사’의 최정 장군도 그에겐 커다란 의미였지만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싶은 욕망도 컸기 때문.
’와니와 준하’의 준하는 그런 면에서 여성적인 면이 강하다. 부드럽고 자상하고 맑고 밝다. 순정만화 속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와 가까웠다. ‘무사’에서는 강인한 매력으로 여성들을 사로잡았다면 ‘와니와 준하’에서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또 다시 여성들을 설레게 한다.
주진모가 준하를 꿈꿨던 이유는 단지 멜로 영화라는데 있지 않았다. 그 보다는 어깨에 힘을 뺀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제 나이 또래의, 20대의 감성을 표현하고 싶어했다.
그는 “’실제상황’과 ‘무사’에서 모두 강하고 센 모습을 보여줬다. 연기자로서 ‘자연스러운 연기’라는 하나의 고비를 넘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결과는? ‘와니와 준하’의 시사회를 보고 나온 관객들은 이구동성주진모의 연기를 칭찬했다. 애초 그가 의도했던 대로 경직된 근육은 풀렸고, 섬세하고 사랑스러운 온기가 온몸을 휘감고 있기 때문이었다.
입으로 대사를 중얼거리며 발로 이불 빨래를 하고, 요리책을 보며 어렵게 어렵게 해물찌개를 끓이는 그의 모습을 보면 함께 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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