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한 독자가 전화를 해왔다.
자신은 평범한 가정주부로 집과 아이 밖에 모르고 살았는데 어느 날 남편이 비즈니스를 하는 한 여자와 눈이 맞았다는 것. 아이 키우며 혼자 사는 그녀는 상습적으로 남의 가정을 풍비박산 만드는 자로 남자를 자신의 가게 일에 종 부리듯 하다 싫어지면 헌신짝처럼 버리고 다시 다른 남자를 찾는 등 고약한 짓을 계속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 생각해서 살고 있지만 100% 믿던 남편에 대한 배신감을 참기 힘들다며 한인사회의 많은 가정이 이런 경우를 당하고 있는데 신문이 할 일이 없겠냐는 것이다.
남의 사랑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워낙 그 사정이 딱하여 오랫동안 통화를 하며 이야기를 들어주었는데 그때 해주었던 말이 “이혼 할 자신이 없으면 남편을 포기하라. 밖에서 무슨 일을 하건 내버려 두라. 마음에서도 몰아내 버려라.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일에 속 끓이면 내 몸만 상한다. 그리고 평소 가장 좋아하고, 하고싶던 것을 하라. 조금만 눈 돌리면 보람있고 즐거운 일이, 삶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이 많다.”고 했다.
최근 나의 주위에서도 애정문제로 골치를 썩히는 가정이 많다. 나이와 상관없이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이기심을 앞세우고 아무런 책임감 없이 한 가정을 붕괴시키는 이러한 경우는 ‘사랑’이 아니라 ‘눈 먼 욕정’이라 하겠다.그렇다면 참 사랑은 무엇일까? 어디서 오는 것일까? 오색 깃발 날리며 역마차 타고 오는가. 전진의 나팔 소리 들으며 진격해 오는 용감한 소년병처럼 오는가. 하늘이 구멍난 듯 막무가내로 쏟아지는 폭설처럼 오는가.
사랑은 또 어떻게 보이는가?
봄날 물오른 나뭇가지에 새순처럼 솟아나는가. 여름철 무성한 숲의 라일락 냄새처럼 짙은 향으로 다가오는가. 깊은 가을 하르르 떨어지는 낙엽처럼 잠시 잠깐 지상에 머물다 사라져 가는가. 아니, 얼음이 찰랑거리는 콜라 잔에 어리는 차가운 물방울로 나타나는가. 뜨거운 김이 솟아오르는 찻잔의 온기로 발현하는가.
아무도 모르고 알 수도 없고 갑자기 나타난 둔기가 뒤통수를 치는 듯한 이러한 사랑은 때로 서럽고 쓸쓸하다.
나이와 상관없이 사랑은 살아있는 존재를 증명해 주며 살아갈 힘과 기쁨을 주지만 만일 그것이 방향이 어긋났다면 그 마음이 어디로 흘러 가나를 조용히 지켜보는 거다. 막무가내로 끌려가지도 말고 억지로 그 마음을 몰아내려 하지도 말자. 예고 없이 찾아온 사랑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려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지만, 그 홍수 같은 사랑의 물줄기를 돌릴 수 있는, 또 스스로 거둬들일 수도 있어야 한다.
불꽃같은 감정조차 자신이 조정할 수 있고 내가 그만두려면 언제라도 그만 둘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사랑할 자격이 있다.
사랑이 한 번 갔다고 해서 새로운 사랑이 다시 안오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의 고통을 딛고 선 사랑이라면 보낼 줄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인생은 사랑보다 멋진 것이기 때문이다.
리서치 회사 조그비가 전국 1,155명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음악 장르에 관계없이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의 주제는 “사랑”보다 “멋진 인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32.8%가 “인생이 얼마나 멋진가”였고 20.4%는 “실연이나 역경”을 떨치고 일어서는 주제를 선호했으며 13%가 “새로 발견한 사랑과 영원한 사랑”에 관한 노래라고 답했다. 젊어서는 사랑이 영원할 것 같지만 변하기도 한다는 것을, 녹이 슨 채 한구석에 방치된 습관이 되어버리기도 한다는 것을 알면서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해서 나이가 들면 들수록 공감하고 있다.
기나긴 삶의 여정에 대해 전반적으로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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