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고전무용을 하신 적이 있는 팔순의 시어머니가 찬양율동을 시작하신 게 2년 전이었다. 그때 나는 수그러들지 않는 의욕에 박수를 보내며 율동복도 선물하며 격려해 드렸다.
사무엘 울만이 ‘청춘’이란 시에서 말했던가-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라고-며느리는 엄두도 못 내는데 4절까지 다 암송하시는 찬송가에 맞추어 춤추는 모습은 노인치고는 유연한 동작이며 운동차원을 벗어나 아름답기조차 했다. 무엇보다도 어머님 본인이 무척 행복해 하셨다.
시어머님은 항상 젊은 사고의 틀을 갖고 계시며 젊은이들과 대화하기를 즐겨하셨다. 삶에 대한 열정이 남달라 항상 청춘 좌에 머물러 계시는 것 같았다.
이런 시어머님이 어느 날 춤을 추시다가 뺑 도는 순간 주저앉고 말았다. 가족같이 잘 아는 의사에게 가서 진찰 받았는데 타박상이라 했다. X-레이상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기에 온 가족은 안도했고, 어머님 자신은 한방쪽 치료를 선호하셨다.
간병인이 있는 터라 마음을 놓고 낫겠거니 믿은 우리 내외는 여러 날 출타까지 했다. 그동안 계속 간호치료를 받았음에도 통증은 지속되어 움직이기를 싫어하시며 몹시 괴로워하셨다.
그래서 다시 찍은 X-레이에는 벌어진 금이 밀려나 신경도 혈관도 통하지 않는 틈으로 어긋나 있었다. 드디어 추수감사절 전날 수술을 받았다. 기브스나 핀 하나 정도의 바늘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을 수술이란 가래로 막아야 했고 온 가족은 하루종일 대기실에서 서성거리며 조마조마했다. 고맙게도 인공관절을 집어넣은 수술은 잘 되었다.
그 고통에도 불구하고 의사에 대한 100% 신뢰로 문의전화 한번 안 하신 어머님도 대단하신 분이다. 평소 특별한 친분의 의사가 상태를 체크할 겸 안부전화 한 통쯤 있었다면 어머님의 통증과 가족의 안타까움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순간의 실수로 X-레이를 잘못 읽은 것이었는지, 없던 금이 나중에 나타났는지 알 수 없지만 4개월이나 심한 통증 가운데 있었던 환자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노인이 있는 다른 가정에서 행여 나의 시어머님 같은 케이스에 부닥치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생각이다. 환자의 두려움이나 의심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다른 의사의 의견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절실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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