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세스’(Recess)라는 영화가 있다. ‘학교가 끝났다’(The School Is Over)라는 부제가 붙은 만화영화로 월트 디즈니사가 제작했다. 현재 TV에서도 시리즈로 인기 리에 방영되고 있는 작품이다. 아이들의 방학을 없애려는 사악한 (?) 무리들의 계획을 아이들과 선생들이 힘을 합해서 제지한다는 것이 단순하고도 엉뚱한 줄거리다.
아이들은 학기 중 늘 엄격한 선생들과 엎치락뒤치락 실랑이를 하면서 학교 생활을 한다. 개중에는 로맨틱한 선생님도 있고 유머러스한 선생님도 있고 고자질 잘하는 학생도 있어서 말썽이 끊이지 않지만 아이들의 학교 생활은 행복하기만 하다. 그러다가 방학이 와서 거의 모든 아이들이 부모님의 주선에 따라 음악 캠프, 군대 캠프, 서커스 캠프 등으로 떠나간다. 주인공인 TJ는 캠프에 가지 못하고 혼자 동네에 남게 되는데 텅 빈 골목에 덩그러니 서 있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애처롭다.
어느 날 TJ는 학교 체육관에서 나오는 수상한 불빛을 조사하면서 무언가 음모가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교장 선생님께 알리지만 이를 조사하러 학교에 들른 교장선생님은 행방불명이 된다. 우리의 용감한 말썽꾸러기 TJ는 캠프로 떠난 친구들을 불러모아 악당들의 황당한 음모를 쳐부수고 교장선생님을 구하는 것은 물론 전 세계 어린이들의 여름방학을 구해내는 장한 영웅이 된다.
악당의 변은 이렇다. “미국 어린이들의 산수 성적이 너무 나쁜 것은 방학동안 실컷 놀기 때문이니 방학을 없애고 그 시간동안 더 열심히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대항하는 4학년 짜리 TJ의 변론은 나를 울게 했다. “여름 방학동안의 한가한 오후, 골목에서의 농구게임, 친구들과의 수영시간, 개구리를 따라 다니는 들판의 달리기 놀이, 동네 호수에서의 서투른 낚시를 빼앗는다는 것은 어린이들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는 것과 마찬가지라구요.”
교장선생님과 다른 모든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여름방학의 기쁨을 안겨주기 위해 열심히 싸우는 장면은 비록 만화 영화일지라도 감동적이다.
이제 우리의 아이들을 돌아보자. 나는 시카고에 살다 최근 LA로 이주했다. 여기 와서 보니 같은 한인 커뮤니티라도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 같다. 그 중 하나는 아이들에 대한 교육열이다. 시카고 한인들도 아동 교육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는 좀 지나친 듯 싶다.
이곳 아이들은 방학 때도 주말에도 동네 골목에 나와 놀지 않는다. 아니 놀지 못한다. 학원으로, 과외 지도로, 예능 레슨으로 더 바쁘게 다녀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방학 내내 수영을 하고, 나비를 키우고, 꽃을 심고, 강아지 목욕을 시키며 뒹굴었다. 아빠의 일을 도와주며, 엄마의 빵 만들기를 거들며 학교 일은 잊고 지냈다. 열흘동안 자동차로 여행을 하며 캠핑을 했다. 다른 엄마들이 물어본다. 아이들을 그렇게 놀게 하면 불안하지 않으냐고.
불안하지 않다. 아이들의 성적표에 매겨질 A, B, C보다 행복하고 즐거웠던 유년시절, 따뜻하고 여유롭게 가족과 함께 지냈던 기억을 더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싶기 때문이다. 세월이 한참 지나가서도 함께 모여 할 수 있는 일들이 끊이지 않고, 나눌 수 있는 사소한 행복이 더 많도록 엘리트보다는 가족의 일원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해 좋은 대학에 가고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을 추구하다 잃는 것이 무엇인지도 한번 돌아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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