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망대
▶ 김인규<본보 뉴욕지사 편집국장대우>
요즘 한인사회 일각에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는 본인은 하늘을 가렸다고 여기지만 제3자의 눈에는 우스꽝스럽고 딱하게만 비칠 뿐이다. 당연히 손바닥으로는 하늘을 가리지 못한다. 단지 눈만 가려 하늘을 보지 못할 뿐이다. 그런데도 손바닥을 눈에 갖다 댄 사람은 하늘을 가렸다고 철석같이 믿는 것이 문제다.
채널 11방송이 보도한 ‘보신탕’ 시리즈를 두고 왜곡, 인종차별적 보도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문제의 김스 농장이 ‘개고기’ 가 아닌 ‘코요테 고기’ 를 팔았고 한국에서 빚어지고 있는 개 판매 장면을 이곳 뉴욕에서 벌어지는 상황으로 오인케 했으며 마치 뉴욕 전체 한인이 보신탕을 먹는 것처럼 묘사, 한인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데 근거하고 있다.
물론 이 보도로 인해 한인들의 이미지가 나빠진 것은 사실이다. 한인치고 창피하거나 화나지 않은 이들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기분에 맞지 않고 눈과 귀에 거슬린다고 해서 관련 보도를 왜곡, 인종차별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 시리즈가 왜곡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여기서는 굳이 밝히고 싶지 않다. 이는 채널 11이 판단, 대응할 문제다.
‘보신탕’ 보도의 핵심은 김스 농장이 고객으로 가장한 동물애호단체 조사원의 사전 요구에 따라 ‘개고기’ 를 판매, 한인 사회에서 수요와 공급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케 한데 있다. 그럼에도 실제로 판것은 개고기가 아닌 코요테 고기이므로 보도가 잘못됐다는 주장은 본질을 벗어나 있다. 백번 양보해 식용으로 판 고기가 코요테라고 정정 받았다 치자. 그렇다고 해서 면죄부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코요테 고기를 판 것은 개고기 판매보다 사안이 더 나쁘다 할 수 있다. 이유는 보건문제 때문이다. 코요테는 몸집 작은 동물을 잡아 먹지만 들판에 뒹구는 썩은 고기도 외면하지 않는 더러운 동물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코요테는 광견병에 노출돼있다는 사실이다. 뉴욕주와 뉴저지주는 광견병에 걸린 코요테를 매년 수십마리씩 도살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털과 가죽용으로만 거래되지 식용으로는 결코 적합하지 않다.
코요테 판매는 또한 지금까지 개고기를 달라고 한 소비자들을 우롱해왔다는 점에서 비난받을 소지가 많다. 과연 코요테라고 분명히 밝혔더라도 농장주의 말처럼 “한번 먹어보면 다시 찾아” 왔을지 의심스럽다.
설사 농장에서 사고 팔아온 고기가 개가 아니고 코요테란 사실을 정확하게 알린다 하더라도 보신탕 문화에 대한 주류 사회의 시각은 교정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개는 물론이고 심지어 코요테까지 먹는다” 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리라 본다. 만약 코요테를 먹는 것이 정당하다고 확신한다면 단순히 채널 11에 정정보도나 사과 받고 끝내서는 안된다. 뉴욕타임스는 물론이고 뉴욕 일간지 등 모든 매체에 이같은 주장을 당당하게 전달해야 한다. 과연 그렇게 해도 될 성질의 것일까?
한인들은 정이 많다 보니 동포가 곤경에 빠지면 만사 제쳐두고 돕자고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좋은 민족성이고 계승, 발전시켜야 할 장점이다. 그러나 돕는 것도 사안에 따라 달라져야하는 것은 분명한 이치다. 과실로 인한 잘못을 저지른 딱한 처지의 동포는 팔을 걷어 부치고 도와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같은 민족이란 이유만으로 무작정 편들어서는 곤란하다.
앞으로 우리가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안은 이같은 보도가 나오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데 있다. 한국에서야 어떻든 뉴욕은 물론 미국땅에서는 보신탕이나 개고기 요리라고 주장하는 음식은 일체 거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눈에 가린 손바닥을 떼고 하늘을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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