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사람 단면만 보고 크게 실망을 느낀 후 일터와 집만을 오가며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루하루 변함 없이 바깥출입을 일체 금한 채 마음의 문을 꼭 닫고 살았다. 한국 사람들 기피 현상으로 경계 아닌 경계를 하며 지내기를 4년. 단순한 생활에서 오는 외로움과 권태감. 삶의 무상함에 남몰래 눈물을 찍곤 하였다.
한국엔 아직도 이민을 오지 못해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고 하지만, 난 아직도 이민생활이 좋은지 모르겠다. 오늘도 습관적으로 신문을 펼치는데 재미 하와이 산악회 매주 일요일 아침 8시 등반 모임이란 광고를 보게 되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남편에게 등산을 다녀보고 싶다고 했더니 "정말 잘 생각했다"며 적극 권하였다. 처음엔 무척 어색하였지만 모두 반갑게 맞아 주었고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7명 모두 양띠 모임으로 시작해서 오늘날 30~40명의 회원이 되었다.
땀을 흘리며 주중 피로를 말끔히 씻어 주는 산! 산은 정말 좋다. 잠깐씩 쉬면서 심호흡하는 맛. 빙 둘러앉아 모이를 씹으며 정담을 나누는 따뜻함. 산에서 만나는 순수하고 좋은 인연 속에 모두가 친구 같고 고마운 이웃이 되었다. 어느새 내 마음은 부자가 된 듯하다. 아는 게 힘이라고 했던가. 지난날을 후회해 본다. 쓸데없는 망상 속에서 나 자신을 얼마나 괴롭혔던가. 더불어 사는 세상 조금 손해본들 어떠하리.
새해에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모든 사람을 반갑게 맞이해 보자. 힘들게 이민 생활하는 분들께 전하고 싶다. 주중 하루라도 과감하게 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고. 산이 좋아 좋고 건강해지니 좋고, 마음 또한 풍요로워지니 이보다 값진 것이 어디 있으랴.
황혜자/호놀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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