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글도 아니고 잘 쓰지도 못하는 글을 쓴다고 흉내를 내어 아까운 지면을 깎아 먹는 것 같아 글 쓰는 것을 접어 두기로 작정했다. 몇 달을 책을 보는 것을 접고 답답하게 시간을 보내다 얼마 전에 먼 여행을 갔다 오니 문 밖에 간단한 메모가 붙은 편지가 문틈에 꽂혀 있었다. 내용인 즉 "강형에게 보내는 편지인 것 같은데 확실치 못하나 확인해 보라"는 것이었다.
편지의 겉봉투도 없고 알맹이는 절반이나 찢어진 초대장이었다. 나는 찢어진 편지의 위 모퉁이의 글을 보니 여행에서 보았던 것 보다 더 값진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를 기쁘게 한 편지의 조각에는 이런 글이 써져있었다. "11월의 숲 속은 아늑합니다/ 분주했던 계절을 다 떠나 보내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산길을 걷고 싶습니다(생략)"
편지 내용으로 보아 11월 어느 날로 짐작되는 편지가 주소의 잘못으로 이곳 저곳으로 뒹굴다 3개월이 지난 오늘에 받아 볼 수 있었던 것만이라도 다행한 일 이었다. 나는 편지를 전해 준 K씨가 고마워 전화를 하니 그가 말하기를 자기가 아는 모씨가 초대장 밑에 특별히 참석해 달라는 추신과 이름 3자가 있었는데 이 초대장에는 없으나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전달했다는 말을 했다. 나는 이 초대장을 보고 잘 쓰지는 못하는 글이지만 시 마을 사람들에게 보내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시를 쓰는 그들의 마음속에 나도 함께 동화되어 답답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나는 시인을 좋아했고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벗하고 싶다. 시인은 가난하고 순수하다. 그래서 미운 것도 아름답게 승화시킬 수 있고 절망과 슬픔도 사랑으로 이겨 낼 수가 있는 사람도 시인이다. 그래서 시인은 가난하다. 시인은 가냘프고 슬퍼야 시를 쓸 수 있고 눈물을 흘려야 참 된 글을 쓸 수 있다. 그러기에 톨스토이는 ‘하룻밤을 눈물로 지세우지 않은 사람은 참다운 시인이 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눈물 속에는 사랑이 있고 행복이 있고 미래가 있다. 그것을 아는 사람만이 시인이 될 수 있다. 그러기에 눈물 없는 사람, 가난하지 않은 사람, 순수하지 못한 사람은 시인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순수하지 못하고 눈물도 없기에 시인의 꿈을 접은 지가 오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인생이 흘러도 나의 마음속에는 젊은 날의 시를 사랑했던 감정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기에 지금도 이런 글을 쓸 수 있지 않는가 생각한다.
나는 이민생활이 짜증스럽고 인생의 허무를 느낄 때면 젊은 날의 꿈을 회상하면서 오늘의 나를 달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담고 있는 꿈. 이것이야말로 무한한 가치를 창조하고 삶의 의미를 깨우치게 하는 것이다. 누구든지 젊은 날이 없었고 그때의 희망이 없었다면 그 사람은 삶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이다.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표현하고 올바르게 만드는 것은 문학이고 그것을 표현하는 사람이 시인이다. 나는 지금도 초대장의 서두처럼 호젓한 숲 속을 그 누구와 걷고싶다. 젊은 여인도 좋고 나이든 여인도 좋다. 거기에 더하여 인생을 논할 수 있고 사랑을 논할 수 있는 여인이라면 더욱 좋겠고 그러나 그런 것들이 꿈이고 환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는 것. 그것이 가난한 시인의 마음인걸 어쩌나. 그래도 시가 있는 마을, 시를 쓰는 사람들의 고향으로 가고싶다. 그때를 다시 기약하며 금년에도 시가 있는 마을 사람들의 기쁜 소식을 기다리며... 11월까지는 열 달이 남았는데 어떻게 기다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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