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대전 때부터 거론, 적당한 냄새 아직 없어
모넬 케미컬 센스 센터에서 일하는 화학자 조지 프레티는 자기도 모르는 새 운동화에 악취물질을 떨어뜨려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집에 들어서자 아내가 악취가 난다고 야단이었는데, 방금 만원 기차로 퇴근한 그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알고 보니 운동화에 실험용 겨드랑 냄새 물질이 튀었던 것으로, 결국 그 운동화는 내다버렸다.
모넬 케미컬 센스 센터는 냄새를 다루는 비영리 연구기관이다. 여기서 지급되는 사무용품엔 돼지우리 에센스며 겨드랑 냄새, 심지어는 미국 정부의 표준 화장실 악취(냄새 제거제의 성능검사를 위해 사용되는 물질)까지 들어 있다. 이 센터의 고객은 악취로 고통받는 기업, 악취제거업계 등이다.
모넬은 최근 과학자들이 미국 육군을 위해 악취폭탄을 연구중이라는 뉴스가 나오면서 갑자기 유명해졌다. 토라보라의 동굴을 뚫고 들어가기 위해 왜 총질을 해야만 하는가? 악취를 뿜어보내서 적들이 못 견디고 뛰쳐나오게 하면 된다. 펜타곤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악취폭탄’이라는 용어는 오래 전부터 있던 것이지만 모넬의 인지심리학자인 팸 달튼은 "폭탄 같은 것은 없다"고 설명한다. "폭탄이 아니고 냄새를 만들어내는 성분들을 다루는 겁니다"
이 센터는 1968년 문을 연 뒤로 냄새에 관한 여러 사항들과 할라피뇨 고추의 타는 듯한 매운 맛 등 미각과 화학적 감각들을 연구해 왔다.
모넬에서 31년째 근무하고 있는 프레티는 최근 학술지에 남성의 겨드랑 분비물이 여성의 배란 주기를 자극하는지에 관한 논문을 제출했다. 결론은 ‘그렇다’는 것이지만, 그는 논문이 출간될 때까지는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일종의 페로몬 스프레이가 상품화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 상품들은 이미 나와 있다"고 프레티는 말했다. "다 엉터립니다. 그런 걸 파는 인터넷 사이트에 가보면 효능에 대해 나와 있는 글 중 다수가 내가 쓴 것을 인용한 것입니다. 그런데 나는 그런 상품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거든요"
3년전 국무부의 비살상 무기 프로그램 측이 냄새 무기에 관해 모넬에 처음 접근했을 때 "우리는 처음엔 즐거워하고 흥미로워했다"고 달튼은 말했다. "그런데 군대는 냄새에 대해 간헐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답니다. 심지어는 2차 세계대전 때도 그랬거든요"
당시 거론된 것은 액체 형태로, 별 효용이 없었다. 프랑스 레지스탕스 대원이 독일군 장교에게 그것을 뿌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렇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면 총으로 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데 왜 겨우 냄새나는 액체나 뿌리고 말겠느냐 하는 것이었다.
운집한 군중을 해산시키는 등 악취 폭탄과 비슷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최루개스나 페퍼 스프레이는 부작용이 있고, 빨리 흩어져 버린다. 달튼에 따르면, 아직까지는 고기 썩는 냄새나 쓰레기 냄새, 미국 정부 표준 화장실 악취 등에서는 유효한 물질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한번은 어느 남자가 자기 아내에게서 나는 것만큼 나쁜 냄새를 맡아 본 적이 없다며 부인을 추천해 오기도 했다.
모넬에서의 연구는 보다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연구 참가자인 샤도나 로렌스(36)는 냄새를 강화시키는 특수 헬멧을 쓰고, 콧구멍 사이에 냄새 물질을 적신 종이를 붙이고 밀폐된 방안에 앉아서 여러 냄새의 등급을 매긴다.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의외로 위력을 발휘하는 수도 많다. 또, 선입견도 작용한다. 한 실험에서는 구토물의 냄새 성분을 주고 맡게 하되, 각기 다른 설명을 곁들였다. 한 팀에게는 ‘식품’이라는 딱지를 붙였고, 다른 한 팀에게는 ‘몸’이라고 했다. 그 결과, ‘몸’이라고 한 팀은 불쾌감을 느낀 반면, ‘식품’이라고 한 팀은 의견이 엇갈렸다. 스틸턴 치즈냐 아사고 치즈냐로 논쟁을 벌이는가 하면, 몇 명은 군침이 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달튼은 "인간의 감각 중에서 냄새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최소한 펜타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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