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들’을 인터뷰하다 보면 스스로 깜짝 놀랄 때가 많다. 한국인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너무나 똑똑하고, 성실하고, 재주도 많고 정말 대단한 민족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런데 왜 한인들은 제각각 흩어져 모이기만 하면 ‘너 잘났다’ ‘나 잘났다’ 다투기만 하고 누가 나 보다 좀 잘된다 싶으면 끌어내지 못해 안간힘을 쓰는 것일까. 우리와 가까운 중국인들을 보게 되면 그들은 서로가 똘똘 뭉쳐 어느 면이든 좀 부족한 사람은 너도나도 이끌어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하는 데도 말이다.
한인들은 알다시피 플러싱 메인스트릿에 이어 새로 일군 유니언 상가마저도 중국인들에게 내어주고 다시 노던 불러버드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언제 또 이 곳도 그들에게 빼앗길지 모르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한인들은 불모지를 활성화시키는 재주는 있어도 우리의 것으로 지키는 능력은 없는 것이다.
우리가 서로 물고 뜯고 하는 틈새에 중국인들이 하나, 둘 씩 소리 없이 우리가 닦아놓은 터전을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 한인들은 좁은 국토에서 눈만 뜨면 파당을 일삼던 이조 오 백년의 역사를 아직도 답습하고 있는 것인가, 대륙적 기질로 길들여진 저들의 넓고 큰 안목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장기적인 계획으로 힘을 모아 가는 반면 한인들은 당장의 이익에만 급급, 빨리 빨리 무언가 이루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속성으로 궁극적으로는 저들을 따라잡기가 힘든 것이다.
요즈음 한인 주종업소는 종업원 취업 시 기술을 배운 후 나가 근방에 똑같은 업소를 차리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게 유행이라는데 종업원들은 이미 계획적으로 취업 직전 개업 준비를 다해 놓고 자신이 하고자하는 업종의 가게에 들어가 운영방법이나 기술을 익힌 후 나가버려 주인과 종업원 사이에 고소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한다.
문제는 종업원이 고소 당할 것을 미리 감안, 업소에 들어가 일할 때 주인의 비리를 알아내 주인이 고소하면 그 것으로 맞고소, 결국은 주인과 종업원이 다같이 죽게 되는 사태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
반대로 중국인은 종업원이 영어가 부족해 주인이 좀 피해를 보더라도 게의 치 아니하고 오히려 그들을 이끌어주는 반면, 한인 종업원은 주인의 핀잔 속에 결국 견뎌내지 못하고 업소를 떠나게 되고 만다.
또 운전이 미숙한 종업원이 차를 갖고 나갔다 사고가 날 경우 중국인들은 책임을 묻기보다는 오히려 운전이 숙달 될 때까지 보살펴주는 반면, 한인의 경우 종업원은 변명을 늘어놓거나 책임을 남한테 돌리기 일쑤고, 주인은 종업원을 책망하면서 그 것도 모자라 해고 령을 내리는 게 보통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한인들의 전체적 힘은 자연히 미약할 수 밖에 없다. 지난 번 플러싱에서 치른 음력설 잔치만 해도 한인들의 단결부족으로 중국인의 들러리밖에 되지 못했다.
이는 모두 우리들의 근본적인 의식결여와 주체성의 미약함에서 나온 결과가 아닐까. 우리는 모래알처럼 흩어지면 공멸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당장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남이야 죽든 말든 나만 잘되면 된다는 식의 비열한 속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한인들 가운데는 주체성이 약하다 못해 비굴할 정도인 사람들도 있다. 들은 이야기인데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미국인들에게 차별을 받을까봐 성(Last Name)을 법적으로 갈아버린 사람이 있는 가 하면, ‘세상에서 제일 악질적인 민족이 한인’이라면서 자신의 성을 간 사람도 있다 한다.
주체성이 이 정도고 보니 외국인들도 한인들만 보면 ‘차이니스냐’고 묻고 우리의 고유명절인 음력설만 해도 버젓이 중국 설로 명명되고 있다. 그런데도 한인들은 이를 별로 문제삼지 않는 분위기다.
어디서건 우리가 한국인으로서 자존을 지키고 대우를 받고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답은 자명하다. 모래알과 같이 흩어져 나 혼자만 잘 되는 것이 아니라 진흙처럼 뭉쳐 다같이 잘 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가 힘이 모자라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김동성 선수가 억울하게 금메달을 강탈당한 그런 유사한 사건들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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