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 에이스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췄지만 아직은 에이스가 아니다.’
텍사스지역의 유력지 달라스 모닝뉴스가 11일 텍사스 레인저스의 새로운 에이스 박찬호(28)를 집중 조명하는 기사를 게재하면서 박찬호를 에이스가 못되는 ‘단순한 제1선발’로 평가 절하했다. 이 신문은 또 별도 기사에서 박찬호의 전 소속팀 LA 다저스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박찬호가 스탭을 이끌 에이스로서 자질을 갖췄는지 의심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즌 개막이 3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거액을 주고 팀 로테이션의 기둥으로 영입한 선수에 대한 평가치고는 냉랭하기 그지없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짐 트레이시 감독과 짐 콜번 투수코치, 그리고 익명의 다저스 선수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찬호를 거리낌없이 비판한 사실. 박찬호와 가장 가까웠어야 할 이들이 그를 비판하는데 주저하지 않은 것은 지난해 박찬호의 들쭉날쭉했던 시즌이 팀 내부적으로 심각한 갈등의 요인이 됐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두 기사의 간추린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최고 프리에이전트(FA) 투수를 잡겠다는 레인저스의 노력은 박찬호의 영입으로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7,100만달러라는 거액의 가격표에도 불구, 박찬호는 ‘주의’ 딱지와 함께 배달됐다. FA 최고투수일지는 몰라도 에이스는 아니라는 것. 개막전날 등판했다고 에이스가 아니라 상대방이나 동료들로부터 존경과 두려움을 받는 대상이어야만 에이스로 불릴 수 있는데 박찬호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레인저스의 투수코치 오스카 아코스타는 "에이스란 무엇보다도 마음가짐에 달려있다"면서 "지금 우리는 박찬호에게 에이스로서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못박아 레인저스 역시 박찬호를 에이스로 생각치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즉 투수가 적당히만 해주면 엄청난 화력의 타선이 나머지를 책임져 줄 수 있다는 것이 레인저스의 생각이고 박찬호는 바로 그 적당히 해줄 수 있는 투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박찬호는 에이스감이 아닌가. 다저스에서의 경력은 이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던져준다. 구질만 볼 때 박찬호는 에이스가 될 소질을 갖고 있다. 문제는 경험 부족과 에이스로서의 책임감 결핍이다. 박찬호 커리어의 전반기는 떠오르는 유망주로서 팀의 4, 5 선발로 기용됐고 후반기는 케빈 브라운이라는 걸출한 에이스의 뒤에서 편하게 보냈다. 박찬호는 그냥 잘 던지기만 하면 됐고 자신의 경기에 대한 책임감이나 부담감을 느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다저스가 페넌트 레이스 와중에서 브라운을 부상으로 잃고 박찬호에게 에이스 역할을 맡기면서 에이스로서의 자질이 시험대에 올랐다. 그리고 박찬호는 한동안 뛰어난 피칭을 보이며 다저스를 조 1위로 이끌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이 되자 제 몫을 해내지 못했다.
대표적 케이스가 꼴찌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5회까지 7점을 내주고 패해 팀의 4연승 가도에 찬 물을 끼얹은 것과 9·11 테러후 시즌이 재개된 첫 날 브라운에 이어 구원투수로 나와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하고 4실점한 채 물러난 것. 결국 다저스는 페넌트 레이스에서 맥없이 물러났고 이 쓴 경험은 FA 박찬호와 재계약을 포기하는 결정으로 이어졌다.
박찬호에 대한 다저스의 평가는 7,100만달러짜리 거액계약을 받은 선수에 대한 것치고는 차갑기 그지없다. 투수코치 콜번은 "팀이 (박찬호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지 않을 때는 잘했다. 하지만 우리가 그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때는 그렇지 못했다"고 정신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한 다저스 선수는 "시속 96마일짜리 직구를 갖고 있으면서도 커브로 코너웍을 한다고 엉뚱한 짓을 해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고 술회했다. 트레이시 감독 역시 "구질만 볼 때는 (에이스가 될)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으나 정신적인 자세에 대해서는 "코멘트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지 않다"고 즉답을 회피해 박찬호에 정신자세에 상당히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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