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레인저스의 본거지 달라스-포트워스 지역의 주요신문인 달라스 모닝 뉴스가 오프시즌 7,100만달러의 거액을 투자해 영입한 에이스 박찬호(28)를 보는 시각이 그다지 밝지 않다. 며칠 전 박찬호는 ‘단순한 제1선발일 뿐 아직 에이스는 못 된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낸 데 이어 14일에는 내셔널리그(NL)에서 아메리칸리그(AL)로 바뀐 환경에 가장 적응이 힘들 투수로 박찬호의 이름을 거론했다. 굳이 꼭 집어서 박찬호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조에서 박찬호를 믿음직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이날 기사의 초점은 NL에서 AL로 리그를 옮긴 투수들이 대부분 NL때보다 성적이 좋지 않다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AL이 NL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투수에게 더 어려운 리그라는 것은 이론과 통계적으로 거의 입증된 사실. 이 기사는 원래 NL 출신으로 레인저스에서 4년간 뛴 뒤 다시 NL로 떠나간 잔 버켓의 성적을 예로 들었다. 버켓은 레인저스에 오기 전과 떠나간 후 NL에서는 5할 이상의 승률과 3점대 방어율을 기록했으나 4년간의 AL 커리어기간동안은 승률이 5할 대를 밑돌았고 방어율을 5점대를 넘어섰다.
양 리그의 가장 큰 차이는 NL에선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지만 AL에서는 대신 지명타자가 나서는 것이다. 이 차이는 단순히 타자 1명이 있고 없는 차를 넘어서 투수의 투구전략에 변화를 가져온다. 한 베테랑 NL투수에 의하면 9번 타석에 상대투수가 있는 것이 6번 타자부터 투구패턴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어떤 타자에 정면승부를 할 것인지 선택의 여지가 있고 또 굳이 스트라익을 던지지 않고 코너웍을 할 여유도 있다. NL 타자들이 다음 타자가 투수인 상황이 되면 포볼로 걸어 나가봐야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 승부를 서두르나 상대적으로 AL 타자들은 훨씬 더 끈기를 갖고 기다리는 편이다. 포볼로 한 명이라도 더 진루하면 다음 타자가 홈런을 칠 경우 그만큼 득점이 늘어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AL타자들은 대거의 경우 플레이트에 바짝 붙어서 반대쪽 펜스를 노린다는 한가지 목표를 갖고 타석에 들어선다. AL의 구장들이 대부분 NL보다 작아 홈런이 나오기 쉬운 것도 이런 경향을 부추기는 원인임은 물론이다.
이런 타자들은 상대하려면 몸쪽 타이트한 투구로 타자를 플레이트 바깥쪽으로 몰아내는 것이 필수적이다. 로저 클레멘스(뉴욕 양키스)나 페드로 마티네스(보스턴 레드삭스)가 타자를 위협하는 빈볼성 인사이드 피치로 유명한 것도 다 여기서 비롯된 것. 이런 투구패턴에 생소한 박찬호가 변화에 잘 적응하려면 우선 삼진을 잡기 위해 투구수를 많이 가져가는 것을 피해야 한다. 전과는 달리 하위타선에서 쉽게 아웃카운트를 잡을 것으로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이번 겨울 클레멘스와 바톨로 콜론(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등 파워피처들의 경기테입을 보며 변화에 대비해 왔다. 하지만 AL타자들을 파악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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