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있던 땅, ‘그라운드 제로’가 내려다보이는 관망대에 가까이 가면 처음 눈에 띄는 것이 바로 깃발, 침대 시트, 두꺼운 판자, 곰 인형, 티셔츠, 모자 등 잉크 자국이 남는 곳이면 어디든 쓰여진 수천개의 메시지들이다.
"이 끔찍한 비극을 겪은 피해자를 위해 기도하자. 우리는 강하고, 우리는 살아 남을 것이다. 하느님, 우리 마음 속에 살아있는 영웅들을 축복하소서. 사랑으로, 필, 데보라와 애쉴리" "하느님, 미국을 축복하소서" "노스다코타가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뉴햄프셔는 모든 죽은 이들을 기억합니다" "위대한 힘, 명예, 의무, 진짜 소방관, 진짜 경찰관, 경의를 표합니다. 시라큐즈 경찰국" "미국이여 숙면하라. 오늘밤은 해병대가 지킨다, 오피서 셰인 키니" "모든 영웅들께 감사합니다. 미국에 신의 축복이 있기를, 그렉 패커"
멀리 일본에서 온 사람이 쓴 것도 있는 이 메시지들은 그냥 감정이 복받치는 대로 적은 것들이 아니라 미국 사람들의 마음 속에 뻥 뚫려 있는 구멍들을 치유하려는 나름대로의 시도들이다.
테러후 첫 몇달 동안 이 로워 맨해턴 지역은 경찰과 방위군이 지키면서 이 지역에서 살거나 일하지 않는 사람의 접근을 막았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뚫고 들어와서 철망 안의 사람의 자취가 없는 우울한 잔해를 둘러보는 사람은 있었다. 당시 현장은 아직 불길이 잡히지 않아 매캐한 연기에 공기도 좋지 않고 뒤틀린 철강과 깨진 유리조각, 건물의 골조들이 마치 폭격 당한 도시 같았다.
6개월이 지난 지금, 그림은 훨씬 밝아졌다. 다운타운 식당과 업체들은 다시 영업을 하고 있고 고급 호텔인 리츠 칼튼 배터리 팍도 최근 개업했다.
시 관계자들이 지난 10월말에 현장에 관망대를 세웠을 때만 해도 끔찍하다느니, 불경스럽다느니 말이 많았었지만 관망대는 인기가 좋아 1월부터는 관람객들이 질서를 지키도록 티켓을 배부해야 할 정도가 됐다. 관망대에 가려는 사람은 누구나 무료고 그룹별로 10분 정도씩 시간 제한이 있는 이 티켓을 미리 받아야만 하는데 거기서 보이는 것은 거대한 청소작업 현장이다. 헬멧을 쓴 근로자들과 중장비, 동료의 시신을 찾으려는 소방관들만이 왔다갔다한다.
맨해턴의 나머지 지역에서 테러 공포로 폐쇄됐던 볼거리들도 이제는 다시 문을 열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등 많은 곳이 경비가 강화됐지만 자유의 여신상 내부, 그라운드 제로에서 몇 블럭 떨어진 곳에 있는 뉴욕증권거래소 등은 아직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테러 현장은 관망대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지난 몇 달 동안은 허용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사진도 찍을 수 있다. 브루클린 브리지를 지나자마자 워터 스트릿 1번지에 있는 ‘리버 카페’가 강 건너 맨해턴의 스카이라인을 기막히게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렇지만 관망대에서 그라운드 제로를 볼 사람은 우선 사우스 스트릿 시포트 피어 16에 있는 부스에서 티켓을 받아, 배당된 시간에 브로드웨이와 풀튼 스트릿의 관망대 입구에 도착해야 한다. 도보로 20분 거리인 가는 길에는 노점상들이 뉴욕시 경찰 및 소방국 로고를 새긴 모자, 티셔츠, 테러 피격 전 세계 무역센터의 모습이 담긴 사진 등 기념품을 판다.
선착순으로 배부되는 티켓은 한 사람이 2장씩 받을 수 있다. 아침에 받으면 보통 1~3시간 후에 관망대에 올라갈 수 있지만 오후에 가면 자칫 다음날 아침에나 보게 될지도 모른다. 역시 주말이 가장 바쁜 날이다. 배당된 시간보다 15분 이상 일찍 가면 안되지만 제시간에 가도 때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티켓을 받은 후, 관망대에 오르기까지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사우스 스트릿 시포트의 박물관에 가는 것, 부둣가를 걸어서 구경하는 일이 있고 이 곳의 유명한 식당인 펄 스트릿의 ‘프라운시즈 테이번’을 들러보는 것도 좋다. 테러 직후 잠깐 문을 닫았던 이 식당 건물은 조지 워싱턴이 독립전쟁 말기인 1783년 12월4일, 부하들에게 작별을 고한 곳이기도 하다.
뉴욕의 주요 관광지는 모두 경비가 강화됐다. 다운타운 맨해턴에서 자유의 여신상과 엘리스 아일랜드 이민 박물관까지 배로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서클 라인’을 타기 전에 승객들은 공항에서처럼 금속 탐지기와 X 레이 기계를 지나가야 한다. 커다란 짐과 백팩은 리버티 아일랜드에 가지고 내릴 수 없으며 자유의 여신상 안에도 들어갈 수 없다.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건물이 사라져 이제 다시 뉴욕의 최고층 건물이 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도 재개관했다. 이 곳에서도 관망대에 올라가기 전에 금속 탐지기와 소지품에 대한 X레이 검사를 하지만 일단 맑은 날 올라가면, 그라운드 제로는 물론 멀리 코네티컷, 펜실베니아와 뉴저지주가 한눈에 다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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