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지만 탄탄한 네트웍 중 하나가 LA 한인타운의 택시 망이다. ‘은밀’하다고 하는 것은 이들이 무허가요, 불법이기 때문이다. 정식으로 허가받은 택시회사나 당국의 입장에서는 말이 되지 않는 소리지만 이들 ‘불법’과 ‘무허가’들 또한 타운의 교통망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런 자가용 영업만 200군데가 넘을 것이라고 한다. 한 업체에 차가 5대라고 해도 하루저녁에 1,000대가 타운에 풀리는 셈이다. ‘지하교통’의 수요가 그만큼 많고, 이들이 아니면 발이 묶일 사람이 의외로 많음을 뜻한다고 할 수도 있다.
우선 차편이 마땅찮은 가정주부나 노인이 고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말 전화 한 통이면 금방 달려오는 이들은 불법이라고 생각하기에 앞서 편리한 존재로 인식될 수 있다. 타운 안에서는 3~5달러 정도라면 택시비도 비싸지 않다.
더 이상 비밀이 아닌 것 중 하나는 타운 야간업소 여종업원 대다수가 관광비자를 들어온 서울 여성들이라는 것인데, 차도, 운전면허도 없는 이들에게‘무허가’는 요긴한 발이다. ‘겨울연가’를 빌리거나, 사우나를 가거나, 두부 한 모를 사러 나갈 때도 이들이 아니면 이동이 불가능하다.
물론 밤늦은 시간이면 야간업소에서 나오는 동시픽업 손님들로‘불법’들은 하루 중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낸다.
이들 택시의 활동반경이 타운 인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적법 ID가 없으면 비행기도 탈 수 없게 되자‘무허가’를 타고 대륙을 횡단하는 일도 벌어진다. 야간업소 여종업원 세 사람의 부탁으로 애틀란타까지 대절택시을 했다는 한 운전사는 4,000달러를 받았다고 한다. 5,000달러면 뉴욕도 가능하다는 전언이다.
서울에서는 택시를 타면 단박 한국사회의 이슈나 민심의 향배를 안다고 하지만 이곳에서도‘신문에 나지 않았거나’‘그것까지 신문에 내기에는 뭣한 이야기’를 비롯해 택시 속 화제는 다양하다고 한다.
택시운전 2년째라는 김순남씨(가명)는 요즘 손님들에게 “마켓, 그거 장난이 아니예요”라는 말로 화제를 꺼내곤 한다. 택시 운전을 하기 전에 미 수퍼마켓에서 캐시어로 일했다는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한인마켓과는 차이가 분명한 미 대형마켓의 임금과 베네핏, 그 운영방식 때문이다.
미국 마켓에서 14년을 일했다는 그는 시간당 18달러에 한 달 유급휴가, 치과를 포함한 풀 패키지의 의료보험을 제공받았다. 공휴일에 일하면 임금의 3배, 일요일은 1.5배, 야근수당도 별도로 받으면서 휴가비도 세금 빼고 나서 2,000달러는 받았다고 한다.
김씨가 마켓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요즘 한인마켓의 이슈가 노조 결성이기 때문이다. 그는 물론 적극 노조가 결성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가 좋은 직장이었던 마켓을 떠나게 된 것은 손님과의 말싸움이 발단이었다. 손님이 물건을 내동댕이치거나 심지어 때려도 절대 싸우지 말라는 것이 마켓 규정이라고 한다. 때리면 가드가 달려오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매니저도 꼼짝 못할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가진 노조지만 손님과 말다툼 한번 했더니 노조도 힘이 돼주지 못하더라”고 김씨는 그의 마켓 경험을 이야기한다.
택시 운전사인 김씨의 이야기를 들으면 한인마켓과 미국마켓의 차이는 분명한 것 같다.
고객과 말다툼 한 번 했다는 이유로 직장을 떠나야 했던 한인마켓 직원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한 마켓에서 14년을 일했지만 오버타임 페이를 피하기 위해 팟타임 직원으로만 두는 한인마켓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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