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한 데뷔전이었다.
향후 5년 간 6,500만달러(최고 7,100만달러)를 받기로 하고 텍사스 레인저스에 입단한 박찬호(28)가 새 유니폼을 입고 나선 첫 등판에서 몸값을 못하는 기대이하의 경기를 보여 팬들을 실망시키며 개막전 패전의 멍에를 썼다.
1일 오클랜드 네트웍 어소시에이츠 콜로시엄에서 벌어진 오클랜드 A’s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레인저스 선발로 나선 박찬호는 4회를 제외하고 매회 안타를 맞는 등 전혀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5(+)이닝동안 홈런 2방을 포함, 9안타로 6점을 내주는 부진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레인저스의 3-8패. 포볼은 없었고 삼진은 5개였으며 방어율은 10.80이 됐다. 투구 수는 90개로 이중 59개가 스트라익. 최고구속은 시속 94마일이었으나 90개의 투구중 90마일을 넘긴 공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고 직구 평균스피드가 80마일 중반에 불과했을 만큼 공 끝에 위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
A’s는 지난해 라인업의 핵이었던 제이슨 지암비(뉴욕 양키스와 계약)와 저메인 다이(부상)가 빠져나가 타력이 상당히 약화됐음에도 불구, 박찬호의 공을 힘들이지 않고 공략했다. 또 선발로 나선 장신의 좌완투수 마크 멀더는 지난해 21승(8패)을 따내면서 보였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어도 빼어난 제구력이 뒷받침 된 직구와 낙차 큰 커브를 앞세워 레인저스의 강타선을 힘들이지 않고 요리해 투타의 짜임새가 확실한 강팀의 진면목을 과시했다.
반면 레인저스는 거액을 들여 영입한 새 에이스 박찬호가 구위나 제구력, 경기운영 등 모든 면에서 전혀 1급 투수답지 못한 모습을 보였고 불펜도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으며 특히 메이저리그 최강으로 평가됐던 타선마저 8회까지 멀더에 철저하게 눌리는 등 총체적인 부실을 드러내 시즌 전망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졌다.
마지막 시범등판에서 다친 오른쪽 허벅지 햄스트링 부상의 후유증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날 박찬호는 팀이 기대하는 에이스로서의 역할을 전혀 해내지 못했다. 1회말 아메리칸리그(AL)에서 상대한 첫 타자 제레미 지암비에 좌전안타를 맞은 뒤 2번 랜디 벌라디를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내 단숨에 무사 1, 2루의 위기를 맞은 박찬호는 3번 스캇 하테버그를 2루 병살타로 유도해 위기를 넘겼으나 구위가 그다지 위력이 없어 이날 고전을 예고했다. 아니나 다를까. 2회말 A’s의 첫 타자 에릭 샤베스는 박찬호의 초구 직구가 밋밋하게 한복판으로 흘러 들어오자 놓치지 않고 날카롭게 끌어당겨 눈 깜짝할 사이에 우중간 펜스를 넘기는 솔로홈런을 터뜨려 팀에 선취점을 안겼다.
레인저스는 곧바로 3회초 7번 게이브 캐플러의 좌익선상 2루타에 이어 8번 행크 블레이락의 중전 적시타로 1대1 동점을 이뤘으나 A’s는 곧 이은 3회말 또 다시 홈런포를 앞세워 리드를 되찾아 갔다. 선두 지암비의 우전안타에 이어 2번 프랭크 메네키노의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추가점을 따낸 뒤 1사후 4번 데이빗 저스티스가 박찬호의 한복판 93마일 직구를 통타, 우중간 펜스를 넘기는 투런 홈런을 작렬시켜 4대1로 달아난 것. 박찬호는 그 이후 4회말 모처럼 삼진 2개를 곁들여 이날 처음 3자범퇴를 기록하는 등 5회까지 2이닝을 불안하나마 무실점으로 버텨 회생의 기미를 보이는 듯 했으나 끝내 6회를 넘기지 못했다. 선두 저스티스에 우전안타를 맞은데 이어 샤베스에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맞고 또 다시 실점한 뒤 강판됐고 샤베스마저 후속타자의 안타때 홈을 받아 실점은 6점이 됐다. A’s는 6회에 5안타를 집중시키며 대거 4점을 추가, 8대1로 달아나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한편 뛰어난 투수에게 이길 타선은 없다는 말처럼 공포의 라인업으로 불렸던 레인저스 강타선은 멀더의 호투 앞에 철저히 무기력했다. 멀더는 8회까지 삼진 8개를 곁들여 산발 4안타 1실점의 눈부신 호투를 보이며 완투승을 눈앞에 뒀으나 9회초 칼 에버렛에 투런홈런을 맞는 바람에 완투승을 놓쳤다. 투타에 걸친 A’s의 완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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