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닌을 잊지 말자." 요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인사처럼 주고받는 말이다. 예닌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관할하에 있는 웨스트뱅크 내 도시로 1만3,000여명의 중동전 난민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지난 4월3일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무력 진입작전으로 예닌의 난민캠프에 거주하는 동족 가운데 상당수가 떼죽음을 당했다고 믿고 있다.
예닌에 근거지를 둔 무장단체가 연쇄 자폭공격을 감행한데 따른 보복으로 아리엘 샤론 총리가 중무장한 제 5보병여단을 풀어 난민촌을 ‘킬링필드’로 만들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스라엘 정부당국은 팔레스타인측이 주장하는 대학설은 없었다고 잡아뗐으나 현장을 둘러본 UN특사의 보고내용과 구사일생으로 난민촌을 빠져나온 생존자들의 증언은 다르다.
이스라엘의 무력대응을 촉발시킨 도화선은 전통 성일인 유월절 직전에 터져 나온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의 연쇄 자살폭탄테러였다. 유월절주말이 낀 27일 네타냐에서 자살폭탄 공격으로 28명의 이스라엘인이 사망하고 140여명이 부상하자 샤론 총리는 야세를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적으로 규정하고 그의 청사가 있는 라말라를 점령했다.
9·11테러 참사 이후 60여건의 팔레스타인 자살폭탄테러로 170명의 인명피해를 본 이스라엘은 카미가제식 공격의 배후로 알 아크사순교자여단을 지목했는데 이 단체의 사령관인 마르완 바르구티(42)는 파타 산하의 과격무장단체 탄짐을 이끄는 아라파트의 오른팔이다. 그러나 아라파트가 연금된 후에도 폭탄테러는 멈추지 않았다. 29일부터 31일까지 매일 한건씩 폭발음이 터져나온 것.
이스라엘은 지난 9월 이래 연이어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리스트 가운데 12명이 예닌 출신이라는 점을 중시, 예닌 공략작전에 착수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생겼다. 작전에 투입된 제 5보병여단 병사들 13명이 9일 예닌 수용소 입구에서 팔레스타인 전사들의 매복에 걸려 떼죽음을 당했다.
분기탱천한 이스라엘군은 당일 자정을 기해 사방 2.5평방마일에 불과한 예닌 수용소에 15분간 20발의 미사일을 발사하고 수백발의 800밀리 기관포를 쏘아댄후 불도저로 가옥들을 모두 밀어내는 무자비한 보복전을 전개했고 이 과정에서 500여명의 팔레스타인들이 몰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예닌의 저항과 학살 소식이 전해지자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산부들은 새로 태어난 아이들에게 다투어 예닌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예닌이 팔레스타인 해방투쟁의 성지로 떠오른 셈이다.
팔레스타인의 자살폭탄테러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예컨대 부시 대통령은 자살폭탄이라는 용어 자체를 못마땅해 한다. 자살폭탄공격자가 아니라 폭탄살인자라 불러 마땅하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반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자살공격을 감행한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은 순교자"라며 이들의 가족에게 지급해온 1만달러의 보상금을 2만5,000달러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살테러가 정당한 투쟁방식이냐는 힐난에 대해 아라파트 수반의 부인 수하 여사는 최근 런던에서 가진 한 인터뷰에서 "저항은 점령당한 모든 사람들의 합법적 권리이며 자살작전은 이같은 권리중 불가분의 한 요소"라고 답했다. 수하 여사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긴 어렵지만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의 자살폭탄테러는 좌절감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를 다룰 군사적 해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스라엘 일간지 에디옷 아로노트의 칼럼니스트 나훔 바니아의 말을 샤론 총리는 깊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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