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기사 중에서 특별히 눈여겨보는 것이 있다. 오래 전에 보도된 사연의 후속 기사를 읽을 때는 반가움이 앞서며 수수께끼를 풀어가듯 즐거움이 따른다. 이 중에서도 시일이 오래된 것일수록 감회가 깊어 읽는 속도는 빨라진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발견되었다는 IQ 높은 천재는 어떻게 성장하였을까. 북쪽에 납치된 KAL기 승무원들의 안부는 어떤가 등은 알고 싶은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여기에 대한 후속 기사들은 풀리지 않던 의문을 밝혀주며 애석하게 느끼게도 하고, 다행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미국 교실에서 감탄을 한 일은, 어떤 교육실험에 참가하였던 어린이를 계속적으로 관찰한 기록을 보여줄 때였다. 때로는 그가 성인이 되었을 때까지의 자료를 고스란히 남겨서 연구 자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 일은 우선 장기 연구계획이 있어야 하고, 사람이 바뀌면서도 계속적인 관찰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사회의 부(富)를 축적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니 무척 부러웠다.
얼마 전에는 반가운 후속 기사를 읽었다. 뉴욕에서 개최하는 한국어 동화대회 제1회 우승자 조미아씨 이야기였다. 18년 전 동화대회에 참가한 경험이 정체성 유지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동화대회를 여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동화대회에 참가한 체험이 각자의 성장 과정에서 좋은 방향으로 발효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조미아씨의 기사는 이 일을 증명하는 귀한 것이었으며, 그녀를 찾아낸 일은 금메달 감이다.
또 이런 것은 어떤가. 찰스 린드버그의 손자인 에릭 린드버그는 75년 전, 당시 횡단비행의 출발지였던 샌디에고의 ‘린드버그 공항’을 이륙하여 할아버지가 개척한 같은 항로의 비행을 하였단다. 손자가 할아버지의 위업을 기념하는 행사를 수행한 것이다. 이 기사는 위인이 손자에게 남긴 유산이 무엇인가를 말하는 흐뭇한 이야기다.
한국에는 42년만에 빚을 갚은 장일감씨가 있다. 한국 내의 어지럽고 뿌연 뉴스 중에서 맑은 샘물을 만난 느낌이다. 이것은 후속 기사가 아니지만 42년 전에 진 빚을 청산하였다는 실화는 결국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는 점에서 교훈을 주는 이야기다.
내셔널 지오그라피는 큰 발견을 하였다. 드디어 큰 두 눈이 아름다운 광채를 내는 아프가니스탄의 소녀를 찾아낸 것이다. 17년 전에 표지에 실었던 이름도 모르는 소녀를 찾기 위해 사진을 들고 수소문하고 다니다가 감격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 소녀는 이미 세 딸을 둔 어엿한 어머니가 되어 있었고, 부르카를 입은 현재의 그녀가 자기의 소녀시절 사진을 들고 있는 모습은 또다시 그 책의 표지가 되었다. 독자들까지 반가움에 악수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이것이 다름 아닌 인간 역사이다. 어제가 바로 오늘로 이어지는 것이다. 바람직한 일이나,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나 모두 한데 엉클어져서 시대를 엮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이 내일로 이어지는 것도 엄숙한 사실이다. 가까운 내일, 먼 미래도 오늘의 연속이다. 오늘이 깨어 있지 않으면 내일이 어두울 수밖에 없다. 오늘의 무게를 느끼면서 생활해야 하는 이유를 말하는 후속 기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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