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후 샤워를 마치고 조금 늦게 기자 회견장에 들어 선 박찬호는 머리에 무스를 발랐을 정도로 여유와 함께 밝은 모습이었다. 흰 티셔츠를 차림의 박찬호는 "피곤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등판을 앞두었던 어제 밤 보다 오히려 던지고 나니까 몸이 더 가볍고 편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스스로도 흥분됐는지 때로는 앞 뒤가 맞지 않는 대답도 했다.
-41일만의 마운드 복귀이다. 긴장하거나 힘들지 않았는가.
▲긴장됐다. 기대도 되고 흥분되는 것도 느꼈다. 그러나 편안했다. 우리 팀 텍사스의 스타일도 알고 있었고, 또 준비도 나름대로 했기 때문에 마운드에 서니까 다른 생각은 나지 않았다. 그냥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면 된다는 각오로 등판했다.
-포수 오르티스와 해보는 것이 처음 아니었는가.
▲LA 다저스에서 몇번 해보았다. 그리고 시뮬레이션게임 투구를 할 때 함께 했다. 사인이 몇가지 안맞았을 뿐 전반적으로 좋았다. 잘 따라와 주었고, 또 공을 열심히, 그리고 힘있게 받아 줘 괜찮았다.
-새로 바꾼 투구 폼이 만족스러운가.
▲솔직히 아직도 나는 투구 폼을 바꾼 효과를 못느끼고 있다. 경기 후 오스카 아코스타 투수코치가 바꾼 투구 폼이 좋았다고 했는데 바뀐 것 같기도 하고, 전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내일 다시 비디오 테이프를 봐야겠다.(이 질문에 대해 미국 현지 기자들에게는 새로 바꾼 투구 동작이 아주 만족스럽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좋은 투수 코치를 만나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투구 폼을 교정하기 전에 단 한번도 투구 폼을 바꾼 적이 없는가.
▲2000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에서 샌디 쿠팩스에게 한 차례 교정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는데, 흐트러져 다시 잡는 것이다.
-분명하게 느껴지는 변화가 있는가.
▲다른 것은 몰라도 위에서 아래로 내려 꽂는 기분은 든다. 투구 폼을 바꾸니까 커브와 체인지업이 좋아진 것 같다.
-다음 등판 때도 투구 수 제한을 받는가.
▲아직은 모르겠다. 다음 경기부터는 정상적으로 던져야 하지 않겠는가.(제리 내런감독은 투구 수 제한을 계속 하겠다고 얘기했음)
-5회에도 직구 최고 시속이 150㎞로 유지됐는데.
▲사실 초반이 어렵다. 타자도 잘 모르고, 몸도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던질 수로 몸이 풀리기 마련이다. 중반에 들어가면 오히려 쉬워진다.
-초반에는 직구, 중반 들어서 변화구 위주로 바뀌었다.
▲내셔널리그 타자들과 다른 점이 그것이다. 아메리칸리그 타자들은 변화구에 잘 적응돼 있다. 커트를 하거나, 변화구를 기다릴 줄 안다. 그래서 초반에는 역으로 직구를 많이 던져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라는 것을 보여주고 중반에 바꾼 것이다.
-복귀전에서 승리를 거두었는데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무엇인가.
▲역시 새로운 투구 폼이다. 좋은 느낌을 받았다.
-가장 불만족 스러운 점이 있다면.
▲5회 디트로이트 9번 타자(호세 마시아스)에게 포볼을 내준 것이다. 9번 타자에게 포볼을 주니까 마치 내셔널리그 때 타석에 들어 선 상대팀 투수에게 포볼을 준 것 같았다. 오늘은 팀 수비가 많이 도와주었다.
-4회 무사 2루에서 투수 옆 땅볼을 잘 잡아 2루 주자를 3루에서 잡았다.
▲공이 거기로 날아 와 글러브를 댔는데 들어 온 것이다. 2루에 주자가 있어서 실점을 할 수 있는 위기였다. 운이 좋았다.
/알링턴, =장윤호특파원 chang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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