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하는 삶
▶ 박중돈<퀸즈형사법원 통역관>
중국 관광을 다녀 왔다. 3억5,000만년 전 바다 밑이었다는 계림의 산수를 보러 갔다. 그 기기묘묘한 봉우리들, 어떤 이는 3만7,000봉이라 하고 어떤 이는 10만 봉이라 하는데 그 봉우리 만큼이나 끝없이 있는 것은 한국인 관광객이었다.
계림 관광의 하일라이트는 이강 유람선 관광이다. 유람선이 수없이 많고 그 선착장도 여러 곳에 있지만 한국인 전용의 유람선과 선착장이 완전히 다른 곳에 별도로 설치되어 있었다.
이렇게 된 데는 자랑스럽지만은 않은 복합적인 배후의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보통 이강 크루즈는 4시간 이상 걸리는 하루 일정의 코스이지만 한국인 관광객은 하루에 모든 일정을 끝내어야 하는 ‘빨리 빨리’ 이유 때문에 한 시간에 끝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선착장도 따로 정해졌다. 한국인의 ‘빨리 빨리’ 수요에 맞춘 맞춤 관광이었다. 이런 한국인의 ‘빨리 빨리’ 습성과는 반대로 이곳 중국인들의 특성인 ‘만만디’ 때문에 놀라운 일이 실현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중국의 어느 도시엘 가도 자동차와 자전거와 보행인이 뒤섞여 그 넓은 대로를 가득 메우고 돌아가는 교통 홍수를 보고 있노라면 현기증을 느끼게 되고 손에 진땀이 날 정도이다. 그러나 며칠을 지나고 나면 나도 모르게 긴장이 느슨해지고 땀을 쥐던 손이 어느새 아무렇지도 않게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의 교통 사정에 그만큼 익숙하여 있음을 뜻한다.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는 도시의 사거리, 홍수같이 밀려오는 자동차와 트럭들, 수천이나 됨직한 자전거들, 그리고 짐수레가 있는가 하면 긴 막대기 앞뒤로 짐을 지고 걷는 사람, 모터사이클과 모터 스쿠터, 길을 건너는 보행자들, 직행하는 차가 있는가 하면 좌우로 가로지르는 차량들에서부터 반대편에서 오는 차들 사이로 서커스 하듯 귀신같은 조화로 좌회전을 하는 차들, 이들이 뒤범벅이 된 사거리에 교통 정리원 한 사람 없는데도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고 물이 흐르듯 움직인다.
만약에 이것이 한국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으로도 등에 식은땀이 날 지경이다. 금새 대형사고가 일어났거나 서로 엉켜 꼼짝도 못하는 정체현상이 되었을 것이다.
내가 탄 차가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려면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 사이에 틈이 있는 것이 보일 때 지체없이 좌회전을 하고 그 반대편의 차는 당연히 알아서 속력을 조정하고 적당히 비켜서 거침없이 지나간다. 그러니까 차와 자전거와 보행자들이 서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고 움직이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신기한 것은 그 수천의 자전거들이 하나같이 똑같은 속력으로 움직인다. 단 하나의 자전거도 속력을 내어 달리거나 먼저 가려고 돌출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볼 수가 없다.
이처럼 조화롭게 비켜다니는 기적의 바탕은 딱 한 가지 서두르지 않는 만만디 - 모두가 상대의 의사를 배려하고 상대의 길을 내어주고 내가 비켜가는 양보의 룰이다. ‘내가 먼저’ 하며 서두르지 않는 여유 즉, 만만디에서 비롯함을 발견할 수 있다.
중국의 만만디는 우리가 평소 악평으로 말하는 게으르고 느리다는 뜻이 아니라 교통에 관한 한 이는 오히려 분명한 지혜이고 조화의 기술이었다. 우리는 서두르다 보니 오히려 더 늦어지는 이치를 중국인들의 만만디에서 배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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