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에 남는 일
▶ 박종식<예비역 육군소장>
5월이 가기 전에 꼭 기억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197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조지아 주지사를 역임했던 무명의 지미 카터가 주한 미군을 4~5년 이내 점차적으로 철수시킨다는 공약을 내걸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승리, 77년 1월 미국 제39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리하여 카터 대통령의 선거공약 대로 주한미군 철수가 실천단계에 이르자 주한 미8군 사령부 참모장 존 K. 싱글러브 육군소장은 5월19일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5년 이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카터 대통령의 계획은 곧 전쟁의 길로 유도하는 오판이다"라며 "카터 행정부의 주한 미 지상군 철수계획이 2~3년 전의 낡은 정보에 근거하여 취해진 것이며 지난 1년간의 정보를 분석·평가해볼 때 북한의 전력은 상상했던 것보다 현저히 강력해졌다"라고 철군을 강력히 반대했다.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장군은 5월21일 백악관으로 호출 당해 자초지종을 대통령에게 보고하게 되었다. 이때 전 세계 언론매체들은 6.25동란 때 트루만 대통령과 맥아더 장군의 반목에 비유하며 뉴스로 다루었다. 싱글러브 장군은 카터 대통령과의 30분 면담 후 주한 미8군 사령부 참모장직에서 해임되고 얼마 있다가 예편되었다.
그 후 예편한 싱글러브 장군을 한국군 장성 중에서 가장 친했던 J. 육군소장이 장안에서 유명한 요정에 초대하여 위로하는 주연을 베풀었다. 이 주석에서 J. 장군은 싱글러브 장군에게 "가만히 자리만 지키고 있었으면 별을 몇 개 더 달아 승진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내 별 몇개와 수백만명의 인명과 바꿨다고 생각하면 이 세상에 태어나 그 이상 보람 있는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라며 6.25전란에 시달렸던 한국민의 불행을 떠올렸다고 한다.
이러한 대화가 오가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요정 마담이 "이 분이 바로 철군에 쐐기를 박은 그 유명한 싱글러브 장군이십니까"라고 감탄하며 큰절을 했다. 그리고 그녀는 "오늘밤 이 몸을 바쳐서라도 보답하고 싶지만 70이 넘은 고령이라 죄송합니다. 대신 제가 짬짬이 모아둔 도자기 중 가장 아끼는 것을 선사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잠시 후 가져온 도자기를 보더니 싱글러브 장군은 시가로 얼마나 되느냐고 묻고 100달러가 넘는 선물은 미국법에 못 받게 되어 있다며 극구 사양했다.
한국의 체제안전, 동북아의 세력균형과 세계 평화를 위해 주한 미군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깨달은 카터 대통령은 1진 철군 후 더 이상 철군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오늘날 북한은 적화 통일의 가장 큰 걸림돌인 주한 미군의 철수를 집요하게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남한 내 좌경 급진사상이 급속도로 팽창하여 공공연하게 미군 철수를 외치며 격렬하게 시위하는 모습을 보고 나라의 운명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을 위해 자신의 영광을 버린 미국의 한 장군의 은혜를 생각하며 그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