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생활
▶ ‘스트레스 레스’ ‘시네마토그라피’등 새로운 것 추가
크리스탈 웨버(12)는 캘리포니아주 프리먼트의 중학생이다. 하지만 스트레스에 대해 물어보면 어른 못지 않게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한다. 중국어시간, 체육시간, 점심시간에도 스트레스를 받고, 무엇보다도 만원버스에 올라타야 하는 하교시간은 하루 중 가장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시간이란다.
모범 걸스카웃인 크리스탈은 그런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안다. “엘리베이터 숨쉬기란 걸 해요. 코를 통해 천천히 숨을 들이쉰 뒤 입을 통해 천천히 내뱉는 거에요. 10번 반복하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죠”
크리스탈은 ‘스트레스 레스’(Stress Less) 배지를 획득한 6만8,000여명의 걸스카웃 중 한 명이다. 지난해 처음 도입된 이 배지에는 그물침대가 수놓아져 있다. 걸스카웃의 이 스트레스 레스 배지는 현대 미국인들의 삶을 반영하는 새로운 배지의 하나다.
유행에 따라 변하는 넥타이의 너비나 양복 깃의 크기처럼 걸스카웃 배지는 문화를 반영한다. 그리고 걸스카웃은 온라인 설문과 자체 연구기관의 조사를 이용해 시대의 변화를 부지런히, 충실히 쫓아왔다. 최초의 걸스카웃들은 ‘어린이 간호사’나 ‘낙농 아가씨’ 같은 배지를 추구했지만 요즘 스카웃들은 정치적 참여를 격려하기 위해 디자인된 ‘대통령 기장’ ‘유나이티드 위 스탠드’ 같은 배지를 딴다. 이 배지를 따려면 바른 성조기 게양법을 배우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수화로 익혀야 한다.
별도 조직인 미국 보이스카웃 역시 자신들만의 새로운 배지 패션을 갖고 있다. ‘시네마토그래피’ ‘화이트워터 카누’ 배지와 최근 승인된 ‘플라이피싱’ 배지 등이 요즘 보이스카웃들의 관심을 끄는 배지들이다. ‘플라이피싱’ 배지를 따려면 낚싯줄을 정확하게 머리 위로 던지는 법을 익혀야 하고 이 명상적인 스포츠가 지니고 있는 위험들, 즉 찔린 상처, 벌레에 물린 상처, 체온강하 및 그 대처법들을 배워야 한다.
보이스카웃은 모두 119종류의 공로 배지를 제공하고 있으며 5년마다 새로운 제안들을 검토한다. 새 배지를 추가하기도 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배지는 폐지된다. 하지만 많은 배지들이 보어전쟁의 영웅으로 소년들의 신체적, 정신적 스태미너를 키우기 위해 스카웃 운동을 시작한 로버트 베이든-파월 경이 초창기에 내세웠던 가치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 역사적 기원 때문에 보이스카웃은 ‘스트레스 레스’ 배지를 제공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UC 데이비스에서 미국학을 가르치는 제이 메흘링 교수는 “스카웃이 지닌 남성성의 개념상 남자다움은 증명을 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스트레스는 남자들을 강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하지만 걸스카웃은, 특히 실리콘 밸리 등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지역에서는 스카웃 멤버들과 부모들이 ‘스트레스 레스’ 배지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이전보다 세계 정세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고 말하는 샌타클라라와 서니베일의 459부대 공동대장인 로리 하워드(40)의 6학년 딸 제니퍼 브라운도 최근 스트레스 레스 배지를 땄다.
테러리스트 공격의 여파는 실리콘 밸리의 불안정한 고용이 주는 스트레스와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부대장인 베브 그레이(42)는 “일부 걸 스카웃 대원들은 모임에 와서 ‘우리 아빠가 다니는 회사가 다시 사람들을 정리 해고하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면서 “이 배지가 시대 정서에 딱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일찍이 유엔과 평등권 수호를 지지한데서 알 수 있듯 진보적인 미국의 걸스카웃은 1912년 줄리엣 고든 로우에 의해 조지아주의 사반나에서 결성됐다. 소녀들을 집에서 끌어내 사회에 봉사하고, 자연을 체험하도록 하기 위한 모임이었다.
일부 초창기 걸스카웃 배지들은 ‘전기 기술자’ ‘비행사’등 시대를 앞서가는 것이었다.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여성학 및 역사학 교수로 걸스카웃에 관한 책의 출간을 앞둔 메리 로건 로스차일드는 “1916년의 ‘공민’ 배지를 따기 위해선 존 스튜어트 밀의 ‘여성에 대하여’를 비롯, ‘여성 투표인 편람’ ‘여성이 참정권 4년 전’ 등을 읽어야 했다”고 말한다.
걸스카웃은 2년전 조사연구기관을 설립, “소녀들의 건강한 성장”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배지도 이곳에서 관장하는데 ‘스트레스 레스’ 배지 역시 “오늘날 소녀들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나” 등의 과학적 연구를 토대로 개발됐다.
9.11 이후 나온 ‘유나이티드 위 스탠드’ 배지는 1,500명의 소녀를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탄생했다.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배지에는 ‘운전’과 ‘대중 연설’ 배지가 포함됐다. 대중 앞에서 연설하는 것이 소녀들에게는 최고의 공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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