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관심이‘월드컵 앞으로’방향을 틀었다. 오늘 새벽 프랑스와 세네갈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6월 한 달은 많은 한인들에게 잠 못 이루는 밤이 될 것 같다. 이럴 때는 웬만한 뉴스는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월드컵은 세계를 압도하는 뉴스지만 이와는 반대로 우리 주위에는 작고, 요란하진 않지만 꼭 필요한 뉴스가 많다는 생각은 요즘 같은 때 새삼스럽다.

기억나는 것 중 하나는 연극에 관한 것으로 10년도 더 된 일이다. 오렌지카운티 유일의 기성극단인 사우스코스트 레퍼토린가 하는 데서 어린이들에게 며칠 무료 웍샵을 열어 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한국 부모들이 연극에 무슨 큰 관심이 있을라구. 그 기사는 아주 짧게 나갔다.

그런데 그 알림 기사 하나로 연극 교실이 꽉 찼다. 의아했다. 연극에 웬 관심들이 이렇게 많을까. 아이들을 데리고 웍샵을 찾은 어머니들의 말은 이랬다. “우리 아이가요, 워낙 발표력이 없어서요…” “남들 앞에만 서면 얼굴만 붉히고 말을 못해요…” 어머니들의 연극 관심에는 이유가 있었다.

내가 전혀 짐작하지 못하는 분야에 남들의 관심은 높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때의 교훈이다. 또한 우리가 커뮤니티의 필요나 수요에 얼마나 둔감한가 하는 것도 알게 됐다. 크게만 보도된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알려야 반응이 있다는 것도 그 때 깨닫게 된 일이다. 겉보기에는 크고 그럴듯한 이야기인데 기대했던 반향은 영 꿀 먹은 벙어리인 예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뜻밖의 경험은 또 있다. 이 또한 10년전 일로 두 집에서 진돗개가 새끼를 낳았다. 한 마리씩을 분양할 수 있다고 했다. 이야기가 알려지자 진돗개 한 마리에 100대1이 넘는 경쟁이 붙었다. 진돗개 주인중 한 사람이 의사여서 리셉션니스트가 전화를 걸어온 분양 희망자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일일이 적어 놓는 바람에 진돗개 희망자가 이렇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은 미국에도 진돗개가 흔하고, 너무 사나워 오히려 꺼리는 집도 있다지만 그 때 알게 된 것은 한인들의 진돗개 사랑이 유별나고, 애틋하기조차 하다는 것이었다.

3년 전인가 목수학교를 열어 목수 일을 가르쳐 주고 싶다는 한 한인 목수의 이야기가 보도되자 600명 이상이 목수 일을 배우고 싶다고 나섰다. 전화 때문에 그 회사는 일주일간 일을 못했다고 한다. 목수가 되고 싶은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가.

비슷한 이야기지만 열흘 전쯤 ‘일자리를 찾으려면 주 고용개발국(EDD)으로 오세요’라는 기사 후에는 한인 담당자 앞으로 일주일간 400여통의 전화가 왔다고 한다. 일일이 리턴 콜을 할 수가 없어 EDD는 한인들을 위한 구직 세미나를 6월에 매주 한 번씩 열기로 했다.

‘6,000달러로 집 샀어요’는 선랜드 한인가정의 이야기가 보도된 뒤에는 알려진 대로 문의 전화가 너무 많아 LA시 주택국은 ‘보도자제’를 요청해 왔다. 주택보조 프로그램 한국어 설명회장에 의자를 80개 마련해 뒀는데 600여명이 와 주최측은 난감해 하기도 했었다.

지금 막 월드컵이 개막된 오늘, 신문을 만들면서 월드컵처럼 신나는 이야기만 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와 함께 작지만 가려운 곳을 골라 박박 긁어주는 그런 기사들을 많이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새 읽어도 그만, 읽지 않아도 그만인 뉴스를 너무 많이 쓰지나 않았는지 하는 자책감이 세계인이 열광하는 월드컵 첫 날 아침에 새삼스럽게 다가선다.